동부시장 ‘누가크래커’ 김씨가 맞닥뜨린 ‘티메프 사태’

대출받아 해결하라는 정부 대책... “말 안되지만, 대출밖에 답 없는 지금 상황 답답해”

판매자 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한 티몬과 위메프 ⓒ뉴시스


최근 티몬·위메프가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피해 입점업체들 사이에선 “사실상 판매대금을 주지 않고 도망가겠다는 거냐. 우린 다 죽으라는 거냐”는 분노가 터져 나왔다. 이들은 현재 PG사들이 나서 환불을 돕고 있는 소비자들과 달리 피해 판매대금을 고스란히 날리게 생겼다.

피해 입점업체들은 현재 5월분의 판매대금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모든 자원을 동원해 대규모 정산·환불 지연 사태를 수습하겠다던 티몬·위메프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6~7월분의 판매대금 지급도 사실상 요원해진 상태다.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지급 사태로 “생계를 꾸려 나가기 막막해졌다”고 말하는 티몬·위메프 피해 입점업체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티메프 사태’ 피해 입점업체 “여윳돈 없는 소상공인, 몇백만원 피해에도 생계 위협”


지난 31일 서울 중랑구 동부시장에서 전통과자 판매 점포를 운영 중인 김모씨는 <민중의소리>와 만난 자리에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또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타 입점업체들에 비해 미정산금이 크진 않지만, 소상공인 입장에서 당장 몇백만원을 메워야하는 상황은 생계와 직결된다”고도 했다.

현재 김씨가 티몬으로부터 정산받지 못한 판매대금은 5월분 150만원이다. 여기에 사실상 정산받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6월 정산금 250만원, 7월 정산금 200만원까지 합치면 예상된 피해액은 600만원이 넘는다.

이처럼 피해 입점업체들이 장기간 판매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이유는 최대 3개월에 달하는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주기 때문이다. 티몬·위메프 입점업체들은 상품과 서비스를 팔아도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3개월이 지나서야 판매대금을 받을 수 있다.

중랑동부시장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김씨는 “7월 1일에 상품을 판 돈이 나한테 오기까지 최대 90일 정도가 걸린다”며 “티몬과 위메프는 60일 뒤 정산하는 구조인데, 문제는 물건을 구매한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구매 확정’을 누른 이후 60일이라 보통 90일 뒤에 정산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통상 소비자가 온라인을 통해 상품을 구매해 결재하더라도, 플랫폼은 상품 판매가 확정된 것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반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반품할 의사가 없을 때 그제야 ‘구매 확정’을 누르는데, 플랫폼은 이때를 상품이 판매된 것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통상 소비자가 상품 구매 후 구매 확정을 누르는 데까지 2주에서 한 달가량이 걸린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그동안 김씨가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해 온 상품은 과자류와 과일, 정육 등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과자류를 제외한 과일과 정육 등은 상품을 떼다 팔아 마진을 남기는 식이다.

김씨는 “남들이 보기엔 적은 돈일지 모르지만, 저 같은 소상공인에게는 한 달 고정비에 육박하는 돈”이라며 “생계를 위협받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2016년부터 동부시장에서 전통과자를 팔아온 김씨의 한 달 매출은 온·오프라인을 합쳐 약 2천만원 수준이다. 매월 고정비용으로 나가는 금액은 직원 2명의 임금 500만원과 임대료 100만원, 재룟값 100만원 정도다. 본인의 수익을 제외하더라도 매달 700만원 정도가 고정비용으로 지출되는 셈이다. 김씨는 티몬·위메프로부터 받지 못한 판매대금 600만원을 메우기 위해선 한 달 매출(2천만원)을 더 벌어야 가능하다고 답답해했다.

과일과 정육 등 일부 상품을 떼다 팔고 있는 김씨는 당장 거래처에 줘야 할 돈도 주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내가 판매대금을 받아야 하듯 나에게 상품을 대준 거래처에 정산해 줘야 하는 돈이 있다. 원래는 2~3주에 한 번씩 정산해 줬는데 지금은 한 달 넘게 돈을 못 주고 있다”고 미안해했다.

생계를 위해 시작한 온라인 판매가 또다시 자신의 생계를 위협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2019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오프라인 매출이 급감한 김씨는 온라인 판매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온라인 판매가 다시 그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김씨는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코로나19로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이 급감하면서 어쩔 수 없이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게 됐다”며 “광고비를 내가며 열심히 팔았는데, 돌아온 건 판매대금 미지급으로 인한 생계 위협”이라고 한탄했다.

28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에서 한 피해자가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2024.07.28. ⓒ뉴시스

피해 입점업체에 대출받아 해결하라는 정부...
“말 안되지만, 대출밖에 답 없는 지금 상황 답답해”


김씨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상한 조짐을 느낀 건 6월 초쯤이다.. 티몬과 위메프가 해피머니 상품권을 너무 많이 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품권의 일종인 해피머니가 최대 10% 할인된 가격에 무제한으로 풀리고 있다는 얘기가 판매자들 사이에 돌았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그렇다 보니 그즈음 대형플랫폼 중 한 곳에서 판매대금 지급이 지연됐다는 언론보도도 허투루 보이지 않았다.

해피머니 상품권은 티몬과 위메프 외에 타 플랫폼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타 플랫폼에서 해피머니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통상 8%가량의 환급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필요한 상품 사기 위해 구매한 해피머니 상품권은 대부분 티몬과 위메프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상품권 판매량 급증은 입점업체들의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당시 입점업체들 사이에서는 ‘물건이 없어 못 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김씨는 불안한 마음에 판매물량을 줄였다.

김씨는 “저도 온라인 판매를 하다 보니 떠도는 얘기들과 언론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장사가 잘됐지만 불안한 마음에 물량을 줄였다. 정해진 물량이 판매되면 추가 주문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김씨는 6월과 7월 티몬과 위메프 매출이 30~40%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만약 물량을 줄이지 않았다면 매출 증가 폭이 훨씬 더 컸을 것이고, 돌려받지 못할 판매대금도 크게 늘었을 것이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실제 티몬과 위메프에서는 정산 지연 사태가 터지기 직전 결제액이 급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공개한 ‘티몬·위메프 일간카드 결제 합산 금액’ 리포트에 따르면 정산지연 사태가 터지기 직전 티몬과 위메프의 일간 카드결제 합산 금액은 897억원에 달했다. 이전 일평균 결제 금액(약 206억원)의 4배가 넘는 액수다.

김씨는 “그나마 빠른 대처로 피해 금액을 줄였지만, 이 역시 여유자금이 없는 소상공인이 감당하기엔 적지 않은 금액”이라며 “내가 판 물건의 값을 받지 못해, 이자를 내가며 대출을 받아야 상황이 됐다”고 한탄했다.

지난 29일 정부가 피해 입점업체들을 위한 내놓은 5,6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대책에 대해선 헛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물건을 팔고 돈을 받지 못했는데, 돈을 빌려 해결해야 한다는 상황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코로나19 때 받은 대출 3천만원도 아직 못 갚았다”고 허탈해했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정부 대책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대출밖에 답이 없는 지금 상황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