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벌써 다섯 달, 19주 연속 오름세다. 지난주 주간 상승 폭은 5년 10개월 만에 최대치(0.30%p)를 갱신했다. 강남을 시작으로 마포, 용산을 지나 서울 외곽 성북구까지 상승세가 확산 중이다. 수도권과 지방 주요 도시 풍향이 덩달아 바뀌었다. 통계에 잡히는 178개 시군구 중, 전주 대비 상승 지역이 102개(57%)에 달한다.
‘바닥을 잡았다’는 주택 매수 심리를 금리가 뒷받침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꾸준히 하락했다. 지난달엔 2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3.71%)이었다. 결국,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잔액은 7월에만 6조5천억원 늘었다. 한 달 증가 폭으로는 3년 3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가 부채질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애초 지난달부터 대출 신청자의 연간 소득과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기준으로 한도를 축소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연기했다. 별다른 설명이나 예고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한도 축소 전 대출을 받아두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가뜩이나 뜨거운 대출 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정책의 일관성은 없었다. 화들짝 놀란 정부는 은행권을 압박했다. 7월 내내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 끌어올리기에 나선 이유다. ‘샤워실의 바보’ 현상은 이번 달도 이어진다. 1일 신한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3%p 인상했다. 20여 일 만에 재인상이다. 2일부터 우리은행도 주담대 금리를 더 끌어 올린다. 조만간 나머지 은행도 추가 주담대 금리 인상에 나설 움직임이다.
주택 시장 매수 심리를 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오는 9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사실상 기정사실이다. 그에 따라 주담대 금리 산정 지표인 금융채 5년물 금리는 내림세다. 정부 압박으로 금융 소비자들의 주담대 금리는 올라가지만,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하락하는 이른바 ‘디커플링 부작용’이 심화하는 꼴이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오락가락 금융 정책에 김병환 신임 금융위원장의 “가계부채 철저 관리” 구호가 공허하다. 가계부채를 축소하겠다는 분명한 시그널, 그리고 확고한 정책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