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심각해지는 미국발 경기침체, 정부는 준비되어 있나

미국발 경기침체가 현실이 되고 있다. ‘검은 금요일’로 불린 지난주 월가의 주가폭락 사태로 유럽과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주식시장이 폭락했다. 미국이 경기침체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전세계 투자자들의 투매를 촉발시켰는데 금요일에 발표된 고용보고서에 따른 높은 실업률에 대한 우려로 매도세가 가속화했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9월에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앞선 발표가 경기에 대한 비관적 예측으로 재해석되어 전세계적 폭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미국발 경기침체 신호는 매우 뚜렷하고 이미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유럽기술주식은 6개월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프랑스의 CAC40은 작년 11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하락했다. 독일의 Dax는 2%, 일본의 Topix는 6.1%, 호주의 ASX는 2.5%, 홍콩의 Hang Seng은 2.1% 하락했다. 한국의 코스피는 4년 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전주보다 55.71포인트(2.03%) 떨어진 2,670을 기록했다.

일본 주식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장을 뒤흔든 이래 최악이었다고 한다. 니케이225 주가 지수는 5.8% 하락해 1월 이후 최저 종가를 기록했다. 주가가 하락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이라는 금값은 선물시장에서 급등했다. 이 모든 일이 미국 제조업 활동이 8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실업수당을 새로 신청하는 미국인의 수가 11개월 만에 최고치로 급증했으며 0.5%p 금리인하가 임박했다는 등의 경기지표들이 공개된 이후에 벌어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기적인 경기 변동이나 갑작스러운 주가 등락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자본 이동에 국경선이 없고 정보가 광속으로 옮겨 다니는 세상에서 세계적 투매 현상도 자주 있는 일이다. 하지만 주요 원인이 자본시장의 중심인 미국에서 비롯되고 구조적인 원인이 작동했을 때는 심상치 않은 일로 번질 수 있다. 2008년~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처럼 말이다. 게다가 그런 위기적 상황에 대응할 준비가 전혀 없는 정부를 가진 국가와 국민이 겪을 고통은 배가 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가 그렇다.

우리는 지금 미국 등 다른 서방 국가와 달리 ‘나홀로 불황’을 3년째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물가인상을 막겠다며 고금리가 이어져 많은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국가채무 폭증을 막겠다며 재정지출 축소 정책을 이어가면서도 부자감세로 나라 곳간 사정은 위태롭다. 지방재정도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발 경기침체가 쓰나미처럼 덮칠 경우 공공재정 여력도 없고, 있어도 재정지출 의지가 없어 더 험악한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미국발 국제 경기변동을 민감하게 살펴보고 경제정책 기조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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