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 명예 위해 무차별로 사생활 들춘 검찰

'빅 브라더'가 실체를 드러내고 위용을 과시하는 장면이었다고 말해도 될까. 유례 없는 다수의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를 두고 정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아무리 수사상 필요하다 해도 이처럼 대규모로 개인정보가 파헤쳐진 유례가 없다는 점에서 우선 놀랍고 충격이다. 나아가 그 대상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의원 등 야당 유력인사들과 해당 사건을 보도한 다수의 기자들이었다는 사실에서 우려스럽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자들의 학교 동문이나 친인척처럼 수사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일반시민들도 마구잡이로 조회했다는 데 이르러서는 섬뜩함마저 느낀다.

이런 일은 벌인 곳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부다. 또 이 해당 사건이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을 말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지난해 9월부터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맡아 왔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대선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전·현직 언론인 간부들이 부산저축은행 수사 관련 허위 사실을 보도해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에 관한 것이다.

즉 대통령 한 사람의 명예를 위해 유력인사와 일반시민들의 사생활을 무차별로 들추었다는 의미다. 아무리 대통령이란 직위가 중요하고 대통령도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인권을 보호 받는 게 당연하다 해도 검찰이 그렇게까지 나선 것은 어느 정권에서도 보지 못했다. 권한을 동원하여 보스를 위해 과잉 충성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야당과 언론단체들이 검찰의 이런 행각에 일제히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편으로는 법적인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에 문제가 된 통신이용자 정보는 법원의 영장 없이 가능한 일이다. 지난 2022년 7월 헌법재판소가 이용자정보를 수집하고도 당사자에게 이를 알리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사후통지 규정이 생기긴 했지만 말이다. 따라서 이러한 절차에도 영장 등의 까다로운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사항이기도 하다.

이미 '빅 브라더'의 존재를 확인한 국민들로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정보를 독점하는 권력이 국민의 속사정까지 일일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세태를 보며 위축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주위의 비판에 대해 검찰은 수사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변명하지만 그 정치적 효과를 분명히 누렸다고 본다. 그것은 유력인사나 일반시민이나 검찰의 감시권력은 항상 당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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