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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동약자 보호한다’는 윤 대통령, 노란봉투법 거부 명분 없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던 법안에 특수고용직이나 플랫폼 노동자 등 ‘노동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더해졌다.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데, 과연 윤 대통령이 이 법안을 거부할 명분이 있는지 의문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정의를 확대해 원청 사업주에게 하청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법에 따르면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지위에 있는 원청 사업자는 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

또한 법안에는 노조의 쟁의행위 등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쟁의행위로 인해 사용자에게 발생한 손해배상 책임을 노조와 개별조합원에게 각각 부담시켰는데, 이를 귀책사유와 기여도를 따져 부과하도록 했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는 추가된 내용도 있다. 원래 ‘노조법에 따른 단체교섭, 쟁의행위’로 발생한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되는데 여기에 ‘이 밖의 노동조합 활동’도 면책 범위에 포함했다. 또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정당방위’ 개념으로 진행되는 노조 활동에 대해 손배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조항이 들어갔다. 기존 노란봉투법이 ‘과도한 손배 폭탄’을 막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부당한 손배 폭탄’까지 막는 내용으로 더욱 정교해졌다.

‘노동자가 아닌 자가 가입할 경우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현행 규정도 삭제했다. 이 조항은 최근 노동계에서 중요하게 대두되는 문제다. 특수고용직이나 플랫폼 노동자 등 ‘노동자성이 불확실한’ 이들이 노조에 가입했을 경우 사용자들이 기존 규정을 근거로 ‘노동자가 아닌 자가 가입돼 있어 단체교섭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거나, 정부가 노조 설립신고를 반려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막겠다는 목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민생토론회에서 배달라이더, 웹툰 작가 등을 거론하며 미조직 노동자들을 ‘노동약자’라 칭하면서 이들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약자’의 개념에 하청노동자들과 과도한 손배가압류로 죽음에 이르는 노동자들은 없는가. 게다가 윤 대통령이 말한 배달라이더, 웹툰 작가 등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법률은 자신들의 조직을 만들어 권리를 주장하고 사용자와 교섭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번에 통과된 노란봉투법이 바로 그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 법안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의견을 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아직 유효하다면,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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