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송두환 현 국가인권위원장의 임기가 마무리된다. 절차에 따르면,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중 한 명을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하는데, 이르면 이번 주 중에 결정된다고 한다. 다섯 명의 최종 후보가 추천됐는데, 그 중 한상희 교수가 "지금은 자리가 아니라 인권위원회 존재 자체를 걱정하고 이를 위해 싸워야 할 때"라며 사퇴했고, 네 명의 후보가 남았다.
네 명의 후보 중 두 명의 후보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직을 수행하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창호 후보는 '진정한 평등을 바라며 나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전국연합'과 '차별금지법 바로 알기 아카데미' 등과 협력하며 차별금지법 반대 논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자의 활동은 2007년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하고 17년간 시민사회와 함께 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 왔던 인권위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다.
김태훈 후보자는 제주 4·3 사건과 관련하여 극우적 입장을 고수해 왔으며 정부가 채택한 4·3 사건진상조사보고서를 폄훼하거나 4·3 평화기념관 전시금지 소송 등을 진행한 단체의 회장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인권신장과 민주 발전 및 국민화합에 이바지하는 걸 목적으로 한 4·3 특별법의 제정 취지에 반하는 활동이다.
이미 인권위는 심각한 훼손을 겪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김용원 위원과 국민의힘이 지명한 이충상 위원은 어처구니 없는 반인권적 언행을 반복했고, 수시로 인권위의 기존 입장을 역전시키려 시도했다. 그런 상황에서 인권위가 과연 새로운 수장 지명과 함께 정상화 될 수 있을지 우려가 든다.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 지명이나 이진숙 방통위원장 임명 강행 등 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보면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될 것 같다.
96개 인권·시민사회단체는 안창호, 김태훈 후보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인권기준에 맞게 지명권을 행사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차석대표인 나다 알-나시프도 윤 대통령에게 "인권위의 독립성을 잘 지켜나갈 인사를 선택해달라"는 취지의 특별 서한을 보냈다고 한다. 유엔기구 수장이 특정국가의 인권기구 인사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우리 사회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인권위가 무너지지 않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