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나 영화가 연극이나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일은 많다. ‘데스노트’, ‘레미제라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이 모두 그런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 추억을 담은 만화가 수십 년이 지나 새로운 장르의 예술 작품이 된다는 소식은 언제 들어도 반가운 일이다. 또한, 다른 장르로 재탄생한 작품들은 원작과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대표적인 고전 만화 중 하나인 ‘베르사유의 장미’가 2024년 실사 뮤지컬로 탄생했다는 소식은 그래서 환영할 일이다.
이 작품은 라이선스 뮤지컬이 아니다.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를 거쳐 전 세계 무대에서 공연된 작품이 아니다.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의 황금 콤비인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이 만들어낸 창작 뮤지컬이다. 이케다 리요코의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한국 창작진들이 완성시킨 고전 만화 실사판에 박수를 보내게 될 것이다.
만화를 찢고 나온 실사판 ‘오스칼’의 등장
원작은 ‘오스칼’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사랑, 그리고 인간애를 프랑스혁명이라는 장중한 역사의 흐름과 함께 담아낸 작품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당연히 주인공 ‘오스칼’이 있다. 대대로 왕실 근위대를 지휘하는 유서 깊은 자르제 가문에 아이가 태어났다. 아버지 자르제 장군은 아들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딸이 태어난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집안의 명예를 이어가기 위해 아들로 키워진다. 그녀가 바로 ‘오스칼’이다.
근위 대장이 된 오스칼 곁에는 언제나 하인 앙드레가 있다. 앙드레는 오스칼을 향한 마음을 숨기며 모든 것을 희생한다. 당시 프랑스 귀족들은 연일 파티를 열며 사치와 향락에 빠져 있었고, 민중들은 흉작과 과도한 세금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귀족들의 집을 노려 물건을 훔치는 흑기사에 대한 소문이 퍼지자 오스칼은 흑기사를 잡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오스칼은 시간이 지날수록 귀족사회의 문제와 민중들의 피폐한 실상을 마주하게 된다.
작품은 원작에 충실하지만, 내용보다 더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만화 속에서 걸어 나온 듯한 ‘오스칼’의 모습이다. 원작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독자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것은 단연 오스칼이다. 여성으로 태어나 아버지에 의해 남자로 살아가지만, 귀족의 허울을 벗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오스칼의 모습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때문에 만화의 실사판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오스칼의 등장은 놀라움, 그 자체다.
한국 뮤지컬이 완성한 사랑과 혁명의 대서사시
창작 뮤지컬의 진가는 무대와 의상, 넘버 모두에서 빛을 발한다. 화려한 궁, 귀족들의 삶과 어둡고 거친 민중들의 터전은 곡선과 직선의 상반된 이미지로 무대화됐다. 만화의 상상력을 무대화한 거대하고 아름다운 장미 문양은 이 작품 전반에 등장하는 상징이 된다. 혁명의 끝이자 극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무대가 뱃머리처럼 솟아오르고 혁명의 주체들이 빛 속에서 등장한다. 장면 하나하나에 담긴 고민과 노력들은 만화 속 장면들을 현실 세상으로 옮겨 놓는데 성공했다.
이성준 작곡가 겸 음악감독의 손에서 창작된 고음과 저음을 넘나드는 넘버들은 최고 배우들의 최고 기량으로 완성된다. 총 250벌이 넘는 의상과 100여 개가 넘는 머리 장식, 100켤레 이상의 신발은 프랑스 절대왕정 시대의 화려한 귀족과 비참한 민중들의 모습을 시각화한 1등 공신이다. 한 마디로 ‘베르사유의 장미’는 창작 뮤지컬의 실력과 힘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세계 초연 무대에 오른 배우들의 실력 역시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다.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 역에 배우 옥주현, 김지우, 정유지가 무대에 오른다. 오스칼을 연모하며 헌신하는 앙드레 그랑디에 역에 배우 이해준, 김성식, 고은성이 캐스팅됐다. 흑기사이자 혁명을 이끄는 베르날 샤틀레 역에 배우 박민성, 서영택, 노윤이 열연을 펼친다. 세계 초연되는 창작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오는 10월 13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창작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공연 날짜 : 2024년 7월 16일~2024년 10월 13일 공연 장소 :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공연 시간 : 화, 목 19시 30분/수, 금 14시 30분, 19시 30분/토, 일 14시, 19시/일 15시/월요일 공연 없음 러닝타임 : 150분(러닝타임 20분) 관람 연령 : 8세 이상 관람 가능 원작 : 이케다 리요코의 만화<베르사유의 장미> 창작진 : 극작, 작사, 연출 왕용범/작곡, 음악감독 이성준/안무 문성우/무술감독 조광희/무대디자인 서숙진/의상디자인 한정임/분장디자이너 김유선/조명디자이너 이승주/음향디자이너 권지휘/영상디자이너 송승규/소품디자이너 조윤형 출연진 : 옥주현, 김지우, 정유지, 이해준, 김성식, 고은성, 박민성, 서영택, 노윤, 서지영, 리사, 박혜미, 유소리, 장혜린, 송재림, 성연, 임은영, 김명희, 이우승, 서승원, 유승연, 남서은 외 티켓 예매 : 인터파크 티켓, 멜론 티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