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은 6일 윤석열 정부에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합의한 경위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사도광산 세계유산 결정 전후로 일본은 조선인 강제동원을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등 역사 부정 행태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 정부가 이미 일본 측과 이를 수용하는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일본이 전시실 운영 등 후속 조치 이행을 소극적으로 하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우 의장은 이날 서면 입장문을 내 "'지옥섬'으로 불릴 만큼 처참했던 강제노동 현장인 군함도에 이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에 관해 제기된 의혹을 밝힐 책무가 국회에 있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지난달 세계유산위원회의 사도광산 등재 결정에 앞서, 야당 의원 170명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철회 및 일본 근대산업시설 유네스코 권고 이행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점을 상기하며 "이 결의안은 일본 정부가 2015년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당시 국제사회와 한 약속을 지금까지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분명한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 의장은 일본 정부가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결정 직후 강제동원 사실을 부인하는 여론전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사도광산 등재 추진 과정에서도 강제동원 사실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용인하고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했다"고 비판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모든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결정한다. 지난달 27일 일본이 신청한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 정부가 동의하지 않았다면,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는 불발 수순이었던 것이다.
우 의장은 불법 식민지배, 강제동원의 피해국가인 한국 정부가 국회 결의안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국민적 상식과 보편적 역사 인식에서 크게 벗어났다. 매우 잘못된 일"이라며 "심각하고 강력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한일 관계 개선에 있어서도 "역사와 인권은 외교적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 의장은 정부에 "사도광산 등재를 둘러싼 외교협상의 과정과 내용, 전모를 공개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 의장은 일본이 사도광산 현장에 설치하겠다고 약속한 전시 공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해당 전시 공간은 사도광산에서 2km 떨어진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따로 마련돼 전체 역사를 사도광산 '현장'에 반영하라는 국제기구의 권고 이행 약속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1천500명이 넘는 '조선인 강제동원'이라는 핵심 사실을 누락하고 있다. 전시 상설화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외교부와 대통령실은 "강제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전시실이 구성됐다는 점에 의미를 두며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 일본 언론에서는 전시에서 '강제' 표현을 제외하는 데 양국 정부가 사전 합의를 이뤘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우 의장은 "모르고 등재에 동의했다면 외교협상의 실패고, 알고도 동의했다면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강제동원 피해자 명부 제공을 일본 정부에 요청하기 바란다"며 "사도광산이 위치한 니가타현 현립문서관에 있는 '반도노무자 명부' 제공을 요청하기 바란다. 역시 강제동원 실태를 확인해 줄 자료인 유초은행 소장 한국인 노동자 통장도 인계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가 '사도광산 노동자를 위한 추도식'을 매년 열겠다는 일본의 약속에 의미를 둔다면, '누구를 추도하는지'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 의장은 "강제노동한 현장인 군함도와 사도광산이 미래세대에까지 물려줘야 할 유산이 되려면 강제동원의 역사가 분명히 담겨야 한다. 강제동원 피해의 원상회복은 불가능하지만, 이를 대신하는 배상과 진실을 기억할 의무는 우리의 의지에 달려있다"며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