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에 참다못한 전국 청년공무원 100여명, 용산 앞에 모였다

“공무원 고용주인 윤 대통령, 청년 공무원 다 떠나기 전에 해결하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2030청년위원회 조합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2024 청년 공무원 100인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4.08.06 ⓒ민중의소리

전국 청년 공무원 100여명이 6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 모여서 저임금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로 저연차 청년 공무원들의 줄퇴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2030청년위원회(청년위)는 이날 청년 공무원들의 열악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문구를 티셔츠와 손팻말에 적고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향했다.

김영운 청년위원장은 “공무원이 임금인상에 대해 요구하면 철밥통이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 철밥통에 밥이 없어 철밥통 깨부수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공무원 사회에서 능력 있는 사람들, 열정 넘치는 사람들이 이 철밥통 다 걷어차고 나가버리고, 청년 공무원의 절반 이상이 이직을 생각하고 있는 심각한 현실에 서서히 공직사회는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무너져가는 공직사회를 되살리기 위해 가장 먼저 공무원의 임금 인상을 해야 하다”며 “120만 공무원의 고용주인 윤석열 대통령은 청년 공무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청년 공무원이 다 떠나기 전에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라”라고 촉구했다.

공무원노조에 따르면, 저연차 공무원 퇴직자 수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19년에는 전체 퇴직자 10,350명 중 5년 미만의 저연차 퇴직자가 5,529명이었고, 2020년에는 전체 퇴직자 13,935명 중 9,009명이, 2021년에는 15,720명의 퇴직자 중 10,426명이, 2022년에는 19,595명 중 13,032명이, 2023년에는 20,825명 중 13,568명이 저연차 퇴직자였다.

이처럼 저연차 퇴직자들이 늘어난 배경에는 낮은 보수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9급 1호봉의 기본급은 187만 7천원에 불과하며, 직급보조금과 정액 급식비, 월 10시간의 초과근무수당 등을 다 합친 월 급여는 232만원 수준이다. 여기서 세금을 제외하면 실수령액은 더 줄어든다. 특히 2021년부터 물가 인상률보다 턱없이 낮은 임금 인상률이 결정되면서 사실상 실질임금은 줄어들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2030청년위원회 조합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2024 청년 공무원 100인 기자회견에서 월급 인상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4.08.06 ⓒ민중의소리

공무원노조 등은 내년도 임금협상에 나서며 저연차 청년 공무원들의 실질임금 인상을 촉구했지만, 공무원보수위원회는 5급 이상 2.5% 인상, 6급 이하는 3.3% 인상 등 차등해서 기본급을 올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내년도 9급 1호봉의 월급은 올해보다 62,200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이후 논의 과정에서 인상률은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공무원보수위의 안은 권고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획재정부가 그대로 수용한 적이 없는 데다가, 기재부 논의를 거치면서 대부분 인상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서는 여전히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를 향한 날 선 반응도 쏟아졌다.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유해길 거제시지부장은 “10년 정도 현직으로 일했던 입장에서 제가 느낀 점은 공무원은 해서는 안 될 직업이라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이라는 회사는 점심 한 끼 만원도 못 챙겨주는 회사다. 오버타임으로 일해도 최저시급만큼만 돈을 주고, 휴가 기간에도 쉴 새 없이 사람 불러서 근무시키는 회사다. 미래가 없는 회사”라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그는 “제가 슬픈 건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 없는 저 자신이 아니라 오랫동안 ‘꼬우면 이직하라’는 비아냥을 듣고도, 옆에 젊은 직원들이 힘들어 그만두고 생을 등지는 것을 보고도, 들어오려는 젊은 사람이 줄어가는 현실을 보고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다는 사실”이라며 “그래서 이 자리에 왔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밖에 없고, 더 이상 우리 동료들이 떠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더 이상 내 일터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유 지부장은 “정부는 우리 공무원을 국가권력이 지켜야 하는 한 명의 국민으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며 “공무원의 저임금, 특히 하위 공무원의 생존권이 달린 임금 문제와 관련해 귀를 닫고 모르쇠로 일관하지 말고 진심 어린 태도와 전향적 자세로 나와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국가와 국민의 봉사자라는 허울을 내세워 정당한 대우 없이 쥐어짜고, 견디다 못해 사람이 떠나가나 죽어 나가는 지금의 공직사회는 정상이라 할 수 없다”며 “실질적인 생존임금 보장, 점심 한 끼 마음껏 사먹을 수 있을 정도의 정액 급식비 인상, 기형적인 시간 외 근무수당 정상화 및 각종 수당 인상은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기본적인 삶을 꾸려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다. 청년 공무원 떠나는 저임금 문제, 윤 대통령이 책임져라”라고 촉구했다.

한편, 같은 날 공무원노조 등은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1박 2일 노숙농성을 진행하며 정부를 향해 공무원보수위의 권고안을 수용하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2030청년위원회 조합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2024 청년 공무원 100인 기자회견에서 월급 인상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4.08.06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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