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증시가 폭락했으니 금투세 폐지 논의하자니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국내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일이 발생하자 여당이 또다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들고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 폭락 때문에라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대한 초당적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금 세계 증시가 불안한 상황으로 가고 있는데 대한민국만 큰 주가 하락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는 금투세 시행을 강행한다면 일부러 '퍼펙트 스톰'을 만들어 그 안으로 들어가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거들었다. "금투세는 그냥 두면 5개월 뒤부터 시행되고,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금투세 폐지 논의는 더 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추 원내대표는 2020년 여야 합의로 금투세 법안을 통과시킬 때 법안을 대표 발의한 당사자다. 불과 4년 사이에 추 원내대표의 입장은 정반대로 바뀐 셈이다. 그사이에 바뀐 것이라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것 말고는 없다.

미국의 투자가 워런 버핏의 "변동성은 투자자의 친구"라는 말처럼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이번 주식 폭락 사태는 금투세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이번 사태와 아무 관계도 없는 금투세가 마치 대증요법이라도 되는 양 거론되는 건 웃기는 일이다. 2020년 여야 합의로 법안이 통과된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하자'는 원칙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거래세를 낮추고 투자소득에 과세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금투세는 적어도 5억원가량을 운용하고 있는 2% 내외의 '슈퍼 개미'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니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개미'들은 자신들이 세금을 내지는 않는다는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한 대표의 주장처럼 금투세가 '주가 하락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경우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이 통과된 지 4년이 지난 금투세는 미래 가치를 선(先)반영하는 주식시장의 특성상 이미 시장에 반영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금투세 시행 여부가 '퍼펙트 스톰'이 될 것이라는 건 합리적이지 않은 선동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금투세를 폐지해 주가를 부양하자는 건 실효성도 없지만 정당성도 없다. 주식시장이 폭락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식이라면 경기가 침체하면 소득세며 부가세도 다 없애자고 주장해야 마땅할 것이다. 남은 건 일단 부자들이 내는 세금이라면 없애고 보자는 윤석열 정부의 아집이고,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얕은 정치적 계산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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