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성 복싱선수 성별 논란 보도 문제 있다

알제리의 여성 복싱선수 이마네 칼리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일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66㎏급 16강에서 칼리프는 이탈리아의 안젤라 카리니를 상대로 경기 시작 46초 만에 기권승을 거두면서 성별 논란이 휩싸이게 됐다. 칼리프가 XY염색체를 지니고 있다면서 ‘남성’이 ‘여성’을 상대로 불공정한 승리를 거뒀다는 식의 주장이 나온 것이다. 이와 함께 칼리프가 트렌스젠더라는 식의 추측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주장과 달리 칼리프는 태어나서 한 번도 남성이었던 적이 없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지난 2일 “이 알제리 출신 복싱 선수는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등록됐으며, 평생을 여성으로 살았고, 여성으로서 복싱 경기에 나섰고, 여권에도 여성이라 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BBC의 보도에 따르면 칼리프는 복싱 경력 8년의 선수로 19살 때부터 세계 무대에서 뛰고 있다. 2018년 세계선수권대화 17위를 차지했고, 처음으로 나선 올림픽인 지난 2020 도쿄올림픽에선 -60kg급 준준결승에서 아일랜드의 켈리 해링턴을 만나 5-0으로 패한 바 있다. 2022년엔 세계선수권대회에 라이트 웰터급으로 참가해 은메달을 차지했다. 칼리프는 지금까지 51번 경기를 치러 42승 9패를 기록하고 있으면 KO승은 6번에 불과하다.

이런 기록과 성장 스토리에서 알 수 있듯이 칼리프는 여자 복싱 무대에서 단계별로 성장을 거듭해온 선수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논란에 휩싸인 건 국제복싱협회가 지난해 칼리프를 XY염색체를 가지고 있다며 실격 처리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칼리프가 높은 순위에 오르지 못했을 때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다가 우승을 목전에 두기 시작하자 논란이 인 것이다. 더구나 IOC에선 이런 검사 결과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칼리프의 출전은 IOC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이번 논란은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언론의 보도 태도는 문제가 많았다.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기보다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선을 끄는 데만 혈안이 됐다. ‘XY염색체 복서 역겹다’, ‘XY염색체 선수는 괴물’ 등 자극적인 항의성 발언을 인용해 기사가 쏟아졌다. 남자 같다는 외모를 둘러싼 주관적인 평가가 담기거나, 카리니가 트렌스젠더라는 사실이 아닌 내용도 등장했다. 심지어 동성애와 연결해 성소수자 혐오성 주장을 한 기사가 나오는 등 자극적 보도가 쏟아졌다. 이런 보도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며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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