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정민갑의 수요뮤직] 한여름의 두 음악 페스티벌

해브 어 나이스 트립과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해브 어 나이스 트립 ' 설 공연 장면 ⓒmpmg

해브 어 나이스 트립은 시원했고,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더웠다. 7월 27일~28일까지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해브 어 나이스 트립과 8월 2일~4일까지 인천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연달아 다녀오니 자연스럽게 두 페스티벌을 비교해 평가하게 된다. 두 페스티벌은 열린 지역이 다르고, 주최사가 다르고, 역사가 다르다. 컨셉트와 출연진 또한 다르다. 해브 어 나이스 트립은 올해로 2년째인 신생 페스티벌. mpmg가 주관한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올해로 19년째인 관록의 페스티벌. 올해도 경기일보가 진행했다. 해브 어 나이스 트립은 킨텍스라는 대형 실내 공간에서 이틀간 축제를 진행하면서 여행이라는 컨셉트와 음악 페스티벌을 연결했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늘 그렇듯 야외에서 3일간 축제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인들을 무대에 올렸다. 해브 어 나이스 트립은 상대적으로 해외 음악인의 비중이 높고, 비교적 젊은 음악인들이 공연을 펼쳤다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장르, 세대, 국적 모두 폭이 넓었다.

음악 페스티벌에서 출연진은 공간, 시기, 컨셉트, 프로그램 등을 비롯한 구성 요소 가운데 가장 많은 관심을 끈다. 매년 누가 오고 오지 않는다고 환호하거나 실망하는 이유다. 음악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음악인을 다 부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음악 페스티벌이 무료로 열리는 행사가 아니니 흥행과 매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음악인이 널리 알려졌다고 반드시 티켓이 잘 팔리지는 않는다. 해외에서는 유명해도 국내에는 그만큼 유명하지 않기 때문에 부를 수 없는 음악인이 있고, 너무 유명해서 출연료를 맞추지 못하는 음악인도 무수하다. 음악 페스티벌은 음악 마니아들로만 다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음악인도 라인업에 올려야 한다. 그렇다고 유명 음악인만 부르면 음악 마니아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는 음악인에게 기회를 주면서 트렌드를 반영해야 한다. 해외 음악인의 경우 일본에서 열리는 여름 음악 페스티벌과 연계해서 온다는 걸 모르는 음악팬은 없다. 음악 페스티벌의 출연진은 장르, 흥행, 세대를 비롯한 여러 조건을 씨줄과 날줄로 엮은 다음 그 기준을 통과해야 무대에 설 수 있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Dark Mirror ov Tragedy 공연 모습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는 음악인들은 인기, 장르, 라이브 퍼포먼스 능력 등을 고르게 감안해서 선정하기 때문에 대부분 좋은 무대를 선보인다. 페스티벌은 팬이 아닌 음악팬들을 만나는 장이고, 다른 음악인들과 자연스럽게 비교될 뿐 아니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입소문이 멀리 퍼지고 오래 남기 때문에 더 공들여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해브 어 나이스 트립을 통해 모처럼 한국을 찾은 트래비스Travis가 부쩍 나이든 모습에도 최선을 다한 연주로 한국 팬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면, 피치 핏Peach Pit은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자유로움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올웨이즈Alvvays의 무대 역시 만족스러웠지만, 삼파Sampha의 공연을 보고 난 다음에는 더 바랄 게 없어졌다. 얼터너티브 알앤비라는 장르답게 새로운 스타일의 연주를 쉴 새 없이 들려주는 삼파의 무대는 올해 보았던 콘서트 가운데 최고라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 뒤에 열린 킹 크룰King Krule의 무대가 묻힐 정도였다.

'해브 어 나이스 트립 ' travis 공연 장면 ⓒmpmg

해브 어 나이스 트립의 강점은 해외 음악인들의 공연만이 아니었다. 7월 말에 열린 페스티벌임에도 실내에서 열린 페스티벌은 땀 한 방울 흘릴 필요 없었다. 무대와 무대 사이는 가까웠고, 앉아서 먹고 마실 수 있는 공간 역시 넓었다. 여행을 컨셉트로 한 협찬사들의 공간도 축제의 컨셉트와 잘 맞아 떨어져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빈백 침대를 배치해 둔 리프레시존은 신의 한수였다. 공간 뒤쪽에 주저앉아도 일어나라고 경호업체 직원들이 압박하지 않았다. 기후위기가 기후환란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해브 어 나이스 트립은 앞으로 더 많은 음악팬들을 불러 모을 가능성이 충분했다.

반면 2022년 코로나 판데믹 직후 부활하기 시작해 지난 해 역대 최다 관객 기록을 돌파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는 올해에도 엄청난 관객이 몰렸다. 젊은 음악팬들이 몰려든 공원에는 쉴 새 없이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엄청난 더위에도 불구하고 계속 노래하고 춤추고 몸을 부딪치는 관객들의 열정이 페스티벌을 압도할 정도였다. 페스티벌은 관객들이 만든다는 사실을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 없었다. 주최측에서 팬들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만큼 관객들은 열광적이었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turnstile 공연 모습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

온열질환을 우려한 주최측에서 쿨의료존과 쿨버스를 배치하고, 무료로 물을 나눠주며, 소방차를 동원해 자주 물을 뿌린 덕분인지 큰 사고는 벌어지지 않았다. 세 번째 무대 격인 글로벌 스테이지를 실내공간으로 바꾼 판단도 적절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같은 사고를 우려해서인지 경호업체 직원들의 압박은 이따금 불필요한 통제에 가까웠고 고압적이었다.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린 탓에 앉을 자리를 찾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스마트폰의 인터넷이 터지지 않으니 식음료 부스의 앱 또한 도무지 열리지 않았다. 셔틀버스 운영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후기가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많은 관객이 몰리는 행사에서 재활용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작은 크기임에도 베리어 프리 공간을 설정한 노력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가 있다. 내년에는 더 크고 알아보기 쉬운 베리어프리 공간을 기대해보고 싶다.

3일간 펜타포트 무대에 올랐던 이들 가운데 관객들의 찬사를 자아낸 팀은 여럿이다. 토toe, 킴 고든Kim Gordon, 턴스타일Turnstile, 한로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이승윤, 다크 미러 오브 트래지디, 라이드Ride, 잭 화이트Jack White, 녹황색사회緑黄色社会, 세풀투라Sepultura, 잔나비의 공연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계속 언급될 정도였다. 매미의 공연도 인상적이었다. 록의 전성기에 성장하지 않았음에도 록의 매력에 빠져든 청춘들에게 올해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초창기 펜타포트를 찾은 팬들에게 그러했듯 지울 수 없는 환희를 안겨주었을 테다. 이렇게 많은 록이 있고, 이렇게 오래 연주하고 노래해온 이들이 있다. 이렇게 멋진 음악인들이 있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잔나비 공연 모습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

다만 파란노을과 실리카겔을 비롯한 몇몇 팀들의 공연은 기대와 명성에 미치지 못했다. 데이식스의 공연은 무난했지만 록 페스티벌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몇몇 팀이 공연시간보다 길게 공연을 펼치거나 공연 전에 사운드 체크를 하면서 옆 무대의 공연을 방해하는 모습, 일부 음악팬들이 지나치게 자주 슬램존을 만들고 서클핏을 그리면서 관람에 지장을 주거나 고유의 즐거움을 반감시키는 모습은 시행착오라고 믿고 싶다. 록 페스티벌은 ‘록놀이’가 없다면 얼마나 심심할 것인가. 데이식스의 팬들이 보였던 과열된 모습도 해프닝이라고 추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럴 수 있기 위해 주최측에서는 더욱 섬세하게 준비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보다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부분은 일본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출연진과 연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더위가 더 극심해진 8월 초에 야외 페스티벌을 열어야 하는지. 그리고 3년째 이어지는 흥행 성공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많은 티켓을 팔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냉정한 점검이다. 더위 속에서 음악을 즐기는 경험이 강렬한 추억이 되었지만 최근의 기후 변화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정도다. 너무 많은 관객이 몰려 길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 관객이 드러눕는 모습을 보면서 내년에도 즐겁게 다시 오자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한물갔다고 생각했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갑자기 젊은 관객들이 몰리고 그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서 록의 부활을 이야기 하거나 계산기를 두들겨보기 전에, 지속가능한 페스티벌과 지속가능한 관람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잘 될 때 변화해야 하고, 관객들이 즐겁게 놀아야 축제는 계속된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한로로 공연 모습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