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독립운동을 기리고 이를 통해 민족과 국가의 단합과 발전을 이루기 위한 대표적 기관이 독립기념관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독립기념관장에 식민지근대화론에 찌든 뉴라이트 인사를 임명해 그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고 있다.
독립기념관장은 독립기념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추천한 후보 중에서 국가보훈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가보훈부는 6일 새 독립기념관장에 김형석 ‘대한민국 역사와 미래’ 이사장을 임명했다고 알렸다. 그는 저술과 강연을 통해 식민지근대화론에 입각한 주장을 설파한 바 있다. 그는 1948년 건국론을 일관되게 주장했는데, 임시정부 수립일을 기념한 ‘대한민국 105년’ 현수막에 대해 “도저히 성립할 수 없는 얘기”라며 폄훼하기도 했다. 간도특설대에 근무했던 친일파 백선엽에 대해서도 “반민족적인 행위를 저질렀다면 숨기려 했을 터인데, 몇 번이나 공개한 것은 떳떳하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행동일 것"이라고 옹호했다. 광복회와 역사 관련 단체들은 이미 김 씨를 관장으로 임명해선 안 된다고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전임 관장 임기 만료가 다가옴에 따라 새 관장을 추천하기 위한 절차가 올해 초부터 진행됐다. 이때부터 정부는 뉴라이트 인사를 임명하기 위한 사전포석을 둔 것으로 보인다. 독립기념관의 당연직 이사이자 임원추천위원인 이종찬 광복회장은 기자회견과 방송 인터뷰를 통해 “독립운동의 상징성이 있는 후손들은 탈락시키고, ‘일제 강점기가 근대화에 도움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 등 후보들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사가 이런 식으로 가는 건 용산(대통령실)에 일제 때 밀정과 같은 존재가 있는 게 아닌가”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한미일 동맹 구축을 외교안보의 제1 과제로 밀어붙였다. 이를 위해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범죄와 연관된 현안에서 무차별로 원칙을 훼손하고 후퇴했다. 강제동원 피해 배상금을 우리 기업의 돈으로 지급하자는 황당한 해법이 그렇고, 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유산 등재에 강제성 명시조차 없이 동의해준 외교참사가 그렇다. 용산 대통령실과 주요 기관에 일본 우익과 궤를 같이 하는 뉴라이트 인사들이 포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립기념관은 “외침을 극복하고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지켜 온 국난 극복사와 국가 발전사에 관한 자료를 수집·보존·전시·조사·연구함으로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민의 투철한 민족정신을 북돋우며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하는 것”을 설립 목적으로 한다. 이에 따라 전시뿐만 아니라 독립운동 연구조사 기관과 인력도 보유하고 있다. 역대 독립기념관장은 독립유공자 후손이나 독립운동사 학자가 많았다. 행정관료의 경우도 독립운동 가치에 위배되는 행보를 보인 이는 보수정부에서도 임명된 바가 없다. 그래서 이번 인사에 이종찬 광복회장은 뉴라이트 세력이 관장 독립기념관을 건국기념관으로 변질시키려 한다고 우려했다. 금도를 넘은 해괴한 인사가 이 정부 들어 한두 번이 아니나 독립운동 역사까지 팔아먹는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