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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61만 건 ‘통신조회’, 검찰의 민간인 사찰이 도를 넘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검찰의 통신조회 건수가 급증했다. 8일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검찰의 통신자료 조회 건수는 2022년 141만5천598건에서 2023년 161만2천486건으로 19만6천800여 건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부터 다수의 정치인과 언론인, 시민단체 활동가와 언론학자들은 조회 사실을 사후 통지하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를 수사하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제1부에 의해서 지난 1월 이루어진 조회 사실이 7개월이 지나 사후 통지된 것이다.

통신조회의 대상으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포함한 다수의 야당 정치인과 구순의 김중배 전 MBC 사장을 비롯한 원로 언론인부터 현직 기자들과 각종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까지 폭넓게 망라됐다. 검찰은 단순히 피의자들이 누구와 통화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하지만 수천 명에 달한다니 예사롭게 볼 수 없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라는 정치적 사건을 핑계로 검찰이 무차별로 주요 인사의 통화관계망을 손에 쥐는 것은 누가 봐도 과잉이다.

이조차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것이 2023년 161만 건이라는 숫자로 드러났다. 이 중 법원의 영장을 받아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받은 건수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인 2021년 8만9천여 건에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2022년에는 10만9천여 건, 2년 차인 2023년에는 13만3천여 건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검찰이 영장 없이 통신사를 통해 가입자 정보를 들여다본 통신이용자정보 조회 건수도 2021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법이 2022년 9월부터 시행 중이다. 개정 검찰청법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와 경제범죄로 축소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검찰의 수사 범위는 축소됐는데 통신조회는 급격히 늘어났다. 윤석열 정부 출범 말고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과거 군사정부의 민간인 사찰도 국가안보니 범죄 수사니 하는 갖은 핑계가 있었다. 지금 검찰도 적법한 수사를 주장한다. 하지만 검찰이 무슨 핑계를 대던 중요한 사실은 과거보다 범인을 더 잡는 것도 아니면서 국민의 사적 영역을 들여다보는 일에는 전례 없이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광범위한 통신 사찰의 피해자는 161만 명에 그치지 않는다. 검찰은 대통령과 수사기관의 심기를 거스르면 누구나 검찰의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는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 일단 눈 밖에 나면 언제든 사찰의 눈초리가 향할 수 있다는 공포만으로도 권력에 대하여 비판할 자유는 억압된다. 검찰은 윤석열 정부 등장 이후 일상화된 무차별적 통신사찰에 대해 해명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만이 오명을 씻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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