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의 그린벨트를 헐어 아파트 8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의 그린벨트가 대규모로 해제되는 건 이명박 정부 이후 12년 만이다. 관련 규제를 담당하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적극 협조를 약속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오는 11월에 어디를 어떻게 해제할 지 공개할 예정이다.
정부가 그린벨트를 손 대는 건 주택 가격을 낮추겠다는 발상이다. "미래세대를 위해 서울과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 등을 활용해 합리적 가격의 주택공급을 추진하고, 토지이용 효율성 제고 등으로 주택을 추가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지금의 집값 상승이 주택 공급 부족 '우려'에 따른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주택 공급 부족이 아니라 부족에 대한 '우려'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진현환 국토부1차관의 "양질의 주택이 대량으로, 저렴하게 공급되기 때문에 당장 주택 구입 계획이 없는 분들이 나서지 않아도 된다고 방지하는 차원"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공급될 주택은 빨라야 8~10년 뒤다. 이 정도 뒤를 고려해 지금 집을 살지 말지를 정하는 사람이 있을 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그린벨트를 푼다고 해서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게 문제다. 이명박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이후 집값이 떨어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해당 지역에 새로 공급된 주택은 도리어 강남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다.
지금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조만간 기준금리가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성화되면서다. 여기에 정부는 각종 '특별' 공급 정책을 내세워 정책금리를 낮추어줬다. 그 동안 집값의 오르내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주택의 공급 과소가 아니라 금리였다. 돈이 풀리면 집값이 뛰고, 이를 조이면 집값이 안정됐다.
그린벨트를 허무는 건 어떤 명분으로든 좋은 일이 아니다. 정부가 정말 "미래세대를 위"한다면 그린벨트를 후대에게 남겨야 한다. 한 번 훼손된 그린벨트는 결코 되돌아오지 않는다. 더구나 서울, 그것도 강남 일대의 그린벨트를 손 대는 건 수도권 집중만 가속화하는 퇴행적 조치다. 지방은 집이 남아돌고 있는데, 서울에만 자꾸 더 집을 짓는다고 해서 집값이 떨어지고 국민의 주거가 안정화될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