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8.15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정부 및 한미연합훈련, 한미일군사동맹 등을 규탄하고 있다. 2024.08.10. ⓒ뉴시스
한미일 군사동맹 추진 중단과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가 서울 도심서 울려 퍼졌다.
민주노총·전국농민회총연맹·자주통일평화연대 등 노동·시민단체가 참여하는 8.15범국민대회추진위원회는 10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윤석열 퇴진 8.15 범국민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군사동맹 추진과 대북 적대 정책을 지적했다.
이들은 8.15범국민대회 호소문을 통해 "한미일-한일 군사동맹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권은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한미일 군사 당국은 3자훈련을 정례화·체계화하기로 약속하는 등 한미일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에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은 북한 미사일 정보공유, 3자훈련, 국방교류 협력 등을 제도화한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협력각서'에 서명했다. 또 같은 날 한일 국방장관회담을 따로 열고 국군-자위대 간 정례협의체를 구축하는 내용을 포함한 '한일 국방교류 연간계획'을 수립하기로 하기도 했다. 한미일 뿐 아니라 한일 간 군사협력 강화도 추진하는 모양새다.
집회 참가자들은 "자위대의 한반도 재진출을 뒷받침하고, 신냉전 대결을 격화시키는 한미일-한일 군사동맹 추진이 전면화되고 있다"면서 "북중러를 적으로 강요하는 한미일-한일 군사동맹 추진은 주권과 평화, 민생을 심대히 훼손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안보위기를 불러올 한미일-한일 군사동맹 추진을 당장 철회하라"고 강조했다.
또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굴욕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는 일본군 성노예제·강제동원 등 식민범죄를 지우려는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 적극 협력하고 있다"면서 "독도 영유권을 침범하는 일본 행태를 묵인하고, 독립기념관장에 친일 뉴라이트 인사를 임명하는 등 반역사적·반주권적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 확장과 유엔사의 군사기능 부활 등 한반도를 신냉전 대결의 최전선으로 내모는 가운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방위비 분담금 굴욕협상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북한에 대한 적대 행위와 군사 훈련을 중단하라는 요구도 나왔다. 이들은 "대북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 등은 남북 충돌을 조장할 뿐 아니라 비무장지대를 향해 적대행위를 못 하도록 한 정전협정과 대북확성기 방송 금지를 명문화한 남북관계발전법 위반 행위"라며 "대북 전단 살포를 당장 규제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모두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어 "육상과 해상의 분사분계선 초인접 지역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실사격 훈련은 그 자체로 적대행위이며, 특히 상호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은 서해에서의 훈련은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면서 "정부는 군사분계선 인접 지역의 실사격 훈련을 모두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1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8.15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정부 및 한미연합훈련, 한미일군사동맹 등을 규탄하고 있다. 2024.08.10. ⓒ뉴시스
이날 8.15범국민대회에 참여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정부의 일본에 대한 외교 태도를 두고 "해방된 지 79년이 지났는데 아직 식민지 조선총독부 치하에서 사는 것만 같다"고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어렵게 쟁취한 법적 권리를 제3제 변제안이라는 희안한 해법으로 말아먹더니, 올해는 불법적 강제 노동과 역사를 지운 일본의 사도광산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합의했다"면서 "일본 정부의 소원수리에 열과 성을 다하는 윤석열 정부는 과연 누구의 정부냐"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반인도적 전쟁범죄를 지우려는 일본 정부의 공범이며, 역사를 왜곡해 미래를 식민화하려는 또다른 범죄의 가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사분계선 최북단 부대에 아들을 보낸 어머니가 발언에 나서기도 했다. 백령도에서 아들이 군 복무를 하고 있다고 소개한 한승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도연합 정책위원장은 "9.19 군사합의도 파기됐다고 하고, 서해5도에서 사격훈련도 하고, 대북 삐라 날린다고 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면서 "이제 한미일 동맹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고, 중동의 전쟁 소식이 남의 나라 이야기 같지 않다"고 걱정했다.
한 정책위원장은 "병역의무라는 이유로 아이들을 데리고 갔으면 안전하게 군 생활할 수 있도록 책임지는 게 국가의 역할인데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는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8.15 범국민대회 후 미대사관, 정부청사가 있는 광화문까지 행진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