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한인임의 일터안녕]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을 벗 삼아 여행을 가기는 싫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극성수기에 파업을 한단다. 이미 7월 말 경고파업을 한 차례 한 바 있으나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아 13일에는 2차 파업에 들어갈 거라고 한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너무 당연해 보인다. 인천공항 2터미널에 탑승동이 하나 더 생기기 때문에 여기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해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당초 노사가 합의했던 4조2교대제 적용을 위한 인력충원 요구이다. 그런데 인천공항측은 이 두 가지 요구 모두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실적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세계공항서비스평가’ 12년 연속 1위, ‘세계국제화물운송’ 2위, ‘세계국제여객운송’ 5위,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 여객수’ 7천 1백만 명(제2터미널 탑승동이 11월경 개장하면 37% 이상의 여객 증가가 있을 것이라 한다)이라니 이 조그만 나라에서 가히 세계 최고의 공항을 가졌다 하겠다. 특히 2019년 기준 매출액이 2조8천억 원인데 이 중 당기순이익이 9천억 원이었다니 매출액순이익이 30% 수준으로 이익 실적도 국내 최고 기업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아마 공공기관 중 이렇게 엄청난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다. 자랑스럽다.

여름 휴가철 맞은 28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출국준비를 하고 있다. 2024.07.28. ⓒ뉴시스

그런데 기이한 일은 이 공항을 운영하는 노동자의 90%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는 점이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 때 ‘인국공 사태’를 겪으며 수십 개의 용역회사들을 3개의 자회사로 만들어 놨지만 이 노동자들의 처지는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 수십 년간 인천공항을 이런 수준으로 만들어낸 장본인이었지만 감당할 수 없는 업무량에 지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일하거나 고통을 감내하지 못하는 경우 조직을 떠났다. 정부기관에 돈을 벌어주는 ‘공노비’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노동자들은 거의 24시간 체제로 돌아가는 공항을 청소하고 화물을 옮겨 싣고 시설을 유지보수하고 보안을 담당하고 승객을 안전하게 비행기에 승하차시키면서 승객의 안전과 위생, 편리성을 최적화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노동자는 현재 인력으로는 주어진 업무량을 감당할 수 없어 업무 시간 중 전혀 쉬지 못하거나 심지어 뛰어다니면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심야시간대에 주어지는 무급 휴게시간(4~5시간)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땀을 씻거나 쉴 공간이 부족하거나 비위생적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업무시간대가 다른 사람들끼리 한 공간을 사용하게 하기도 했다. 근로기준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기준이다. 심지어 침구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개인 침낭을 가지고 다닌다는 사례도 있었다. 이렇게 해서 제대로 쉬는 시간은 2시간 수준이었다.

3조2교대 체계에서 심야시간에 제대로 자지 못하면 연속 이틀을 고통스럽게 보내야 한다. 그래서 최근 공공기관들은 모두 4조2교대체계로 운영되는데 이는 연속 이틀의 수면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미 인천공항 정규직들은 4조2교대로 전환한 지 오래됐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잘 수 있는 2시간도 수면장애로 고통받는 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의 80%가 불면증과 수면박탈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수면장애는 사고유발 가능성을 키우며 정신과적인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고 만성화 될 경우 뇌심혈관계질환, 면역력 저하 등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은 과학적으로도 검증된 개념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이 30일 인천공항 2터미널 앞에서 열린 2024년 총파업 출정식에 참석해 인천공항 4단계 건설공사 준공에 따른 인력충원, 4조2교대, 처우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4.7.30 ⓒ뉴스1

회사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공채를 발행해야 하는 것도 아닌 우수한 실적의 기업이 공항을 직접 운영하는 90% 노동자들의 처지를 이 상태로 몰아가는 이유가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 인천공항 노동자들의 상당수는 하루에 2만5천 보 이상을 걸으면서 일한다. 과도한 걸음은 다양한 불건강 지표를 만들어낸다. 신체기능 저하, 심박수 상승, 과민성 증가, 식욕 부진과 체중 감소, 만성 부상, 지속적인 피로, 무겁고 뻣뻣하고 아픈 근육, 감기, 두통 등. ‘개처럼 뛴다’는 말이 불현듯 생각난다. 혹시 현 정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 경영진은 노동자들을 ‘개’로 여기는 게 아닌가 싶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