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하승수의 직격] 차관급 부위원장이 보도자료 담당, 권익위에 무슨 일이?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권익위 주요 신고사건(대통령과 그 배우자 등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신고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7.09. ⓒ뉴시스

지난 8일 참담하고 충격적인 뉴스를 보았다. 국민권익위에서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를 담당하는 김모 국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었다. 김모 국장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과 이재명 전 대표의 응급헬기 이송 사건 등의 실무책임자였다고 한다.

그리고 뒤이어 나온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모 국장은 지난 6월 국민권익위가 김건희 여사 사건을 종결 처리할 때, ‘사건을 종결하지 말고 수사기관에 이첩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고인의 의견은 무시당한 것 같다. 고인은 "20년 가까이 부패방지 업무를 해 온 자신이 부정당하는 느낌“이라면서 힘들어했다고 한다.

국민권익위 조직도를 보니

이 정권에서는 왜 이렇게 자기 직무에 충실한 공무원들이 항명죄로 몰리고, 좌천당하고, 스스로를 부정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너무 참담해서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조직도를 보니, 김모 국장이 담당하던 부패방지국은 차관급인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산하에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현재 국민권익위에서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사람은 검사와 부산대 로스쿨 교수를 지낸 정승윤 부위원장이다.

부위원장이 김건희 여사 사건 관련 보도자료 담당 부서?

그런데 국민권익위 홈페이지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보도자료들이 올라와 있는 코너를 보니, 다른 보도자료들에는 모두 담당 부서가 담당과로 나오는데, 딱 2건의 보도자료는 부위원장이 담당 부서로 되어 있다.

그리고 그 2건은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신고 사건의 의결서 공개 관련 건’과 ‘이재명 전 대표의 응급의료헬기 이송 사건’이다. 이 2건만 담당 부서가 담당과가 아니라 부위원장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부위원장이 담당부서로 되어 있는 국민권익위 보도자료 2건 ⓒ필자 제공

정부 부처에서 나오는 보도자료에는 일반적으로 담당과가 담당 부서로 나오고, 국민권익위원회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면 올해 6월 10일에 나온 지방의원 외유성 출장에 관한 보도자료를 보면, 보도자료 제일 아래쪽에 담당 부서가 ‘부패심사과’로 나오고 책임자는 과장으로 되어 있다. 이것이 통상적이다.

6월 10일 지방의원 외유성 출장 관련 보도자료 ⓒ필자 제공

차관급인 부위원장이 보도자료 담당?

그런데 김건희 여사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사건 관련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이상하다.

김건희 여사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사건 관련 보도자료 ⓒ필자 제공

보도자료 끝부분에 담당과도 나와 있지 않고, 그냥 ‘부패방지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정승윤’만 나온다. 그렇다면 차관급인 정승윤 부위원장이 직접 보도자료를 작성했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실무부서인 부패방지국 및 담당과와 그 책임자들은 이 건에서 배제되었다는 것인가?

이런 식의 보도자료는 부위원장이 담당 부서로 되어 있는 또 다른 건인 ‘이재명 전 대표 응급의료헬기 이송 사건’에서도 발견된다. 마찬가지로 보도자료 제일 끝에는 ‘부패방지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정승윤’이라고만 표시되어 있다.

이재명 전 대표 응급의료헬기 관련 보도자료 ⓒ필자 제공

국민권익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런 형식의 보도자료를 보고 나니, 의문이 꼬리를 문다.

국민권익위를 포함한 정부 부처에서는 담당 과장이 실무를 맡아보는 중요한 위치이다. 그래서 보도자료에도 담당 부서가 ‘00과’로 표시된다. 담당과장이 보도자료의 내용에 대해 책임지고 설명도 하고 해명도 한다. 그리고 국장이 여러 과를 총괄하면서 실무를 총괄한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과 ‘이재명 전 대표의 응급의료헬기 이송 사건’에 대해서는 깨졌다는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보도자료에서 담당 과는 전혀 보이지 않고, 뜬금없이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등장할 수가 없다.

만약 고인이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의 종결처리에 반대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런 이유로 고인과 담당과가 이 건과 관련해서는 배제된 것인가? 라는 의문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런 식의 매우 이상한 일 처리가 고인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 온 공무원이 자신의 인생을 부정당하는 느낌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이라면, 그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정쟁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과 정의를 지키고 국가 시스템을 바로잡는 문제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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