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용산의 속 훤히 보이는 검찰총장 인사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심우정(사법연수원 26기) 법무부 차관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했다.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 법무부 형사기획과장·검찰과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냈던 심 후보자는 수사보다는 조직관리 및 기획 분야에서 인정받은 관리형 인물이다. 검찰 조직의 안정 및 대통령실과의 소통을 고려했다는 것이 정계·법조계의 일반적인 분석인데, 쉽게 말하면 정권의 입맛에 맞게 마음대로 주무르기 쉬운 사람을 골랐다는 뜻일 것이다.

나머지 후보군이던 임관혁(26기) 서울고검장, 신자용(28기) 대검찰청 차장, 이진동(28기) 대구고검장 등은 모두 특수통으로 분류된다. 검찰 중에서도 특수부 라인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를 동시에 관통하는 집단이다.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 조직 내에서도 유난히 정세와 여론에 민감하다. 힘 빠진 권력과 그 주변을 겨냥한 수사도 주저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으로선 불안 요인이다. 윤 대통령과 여당 수장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관계 변화, 김건희 여사 수사를 놓고 엇박자를 낸 이원석 총장 사태 등에 관한 내부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심 후보자가 법무부 기조실장이던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결정 과정에 반기를 들다가 결재라인에서 빠졌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당시 심 후보자는 중요한 자리에 있으면서 직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심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을 지낼 때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는데, 해당 관청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처리해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심 후보자는 대통령실과 검찰을 조율하는 김주현 민정수석비서관과도 근무연이 깊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심 후보자를 차기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의도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당장 인사 발표가 난 직후에 심 후보자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출장조사 논란에 대한 질문에 “검찰 구성원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중의 평가와 동떨어진 대답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했는데, 이 말을 누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간 윤 대통령의 태도에 비춰봤을 때 야당이 아무리 강력하게 반대하더라도 심 후보자 임명 강행은 예정된 수순이다. 정권과 검찰의 유착을 당장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것이 참담한 현실이다. 그나마 22대 국회 들어서 진행된 채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와 대통령 탄핵소추 국민동의청원 관련 청문회 진행, 검사 4인에 대한 탄핵 청문회 예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발의 시도 등 국회 차원에서 권력 견제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것은 희망적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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