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택배 없는 날'을 앞두고 쿠팡의 로켓배송을 맡은 택배노동자들이 쿠팡의 '택배 없는 날'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
주요택배사들은 매년 8월 14일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해 택배 배송 업무를 쉬고 있다. 그러나 쿠팡 등 자체 배송망을 가진 일부 업체는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CLS는 지금이라도 '택배 없는 날', 과로방지 사회적 합의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020년 정부와 주요 택배사업자, 노동계는 당시 사회 문제로 떠오른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막기 위해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매년 8월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했다. 그러나 쿠팡의 물류자회사 쿠팡로지틱스서비스(CLS)는 2022년 택배사업자 자격을 얻은 이후 한번도 '택배 없는 날'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택배 없는 날이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이하게 됐지만, 유감스럽게도 올해도 쿠팡CLS가 끝내 택배없는날 동참을 거부했다"면서 "그간 쿠팡은 “택배 없는 날을 응원한다”면서도, 자신들은 '택배사업자'가 아닌 '유사택배'라며, 택배없는 날은 물론 사회적합의까지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만여 쿠팡택배 노동자들은 타 택배사 택배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주6일 근무에 연월차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쿠팡CLS가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대리점에게 ‘백업기사’를 두도록 하여 8박9일 휴가도 가능하며, 365일 택배 없는 날"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극히 일부 예외적인 사례를 부당히 일반화하는 억지"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매일 다른 구역을 돌아야 해 노동강도가 높은 백업기사는 기피업무이며, 하려는 사람이 별로 없어 여전히 백업 기사를 구하지 못한 대리점이 많은 실정"이라며 "백업기사가 없는 대리점은 결국 용차를 구해야 하며, 당연히 그 비용부담이 커 기사들에게 쿠팡이 말하는 휴가를 보장해주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또 쿠팡CLS 측이 '주6일 근무하는 택배기사들에 한해 별도의 휴가를 주겠다'는 입장을 보인 데 대해서는 "'365일이 택배 없는 날'이라는 자신들의 주장이 허위라는 것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택배 없는 날에도 쉬지 않고 운영해 당일 타 물량을 모두 차지하겠다는 얄팍한 심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쿠팡 택배노동자들은 택배 없는 날에 오히려 쏠리는 물량으로 인해 과로의 위험에 처했으며, 택배 없는 날은 쿠팡의 무임승차 행위에 상처를 입고 지속가능성을 훼손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쿠팡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과로사고가 발생하는 배경으로 쿠팡이 '사회적 합의'에 동참하지 않는 것을 지목했다. 이들은 "군포에서, 남양주에서, 제주에서, 화성동탄에서 로켓배송 택배노동자들이 계속해서 쓰러지고 있다"면서 "쿠팡이 다른 택배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에 동참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합의를 통해 택배기사들이 하지 않기로 한 공짜노동 분류작업이 계속되고 있고, 다회전 배송, 새벽배송을 통해 주당 노동시간이 60시간을 넘는 곳이 비일비재하다"면서 "원청이 내고 있는 고용산재보험료도 대리점과 택배기사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사회적 합의를 훼손하고 있는 쿠팡의 이기주의적 행태를 강력 규탄하며, 쿠팡의 택배없는 날, 사회적합의 동참을 다시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서도 "이기주의적 행태에 대한 감독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면서 "노동부는 쿠팡의 택배없는 날, 사회적합의 동참을 위한 대책을 즉각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쿠팡CLS는 위탁계약을 맺은 전문 배송업체 소속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내년부터 '격주 주5일 배송', '의무 휴무제'를 전격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야간작업 택배기사의 경우 격주로 주 5일 배송을 하도록 하고, 주간작업 택배기사에 대해서는 연간 최소 2회 이상 일주일 중 이틀을 쉬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택배노동자들은 현재 문제가 되는 장시간 노동을 해결할 수 없는 '꼼수'라고 반박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현재 많은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들이 오후 8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6시 30분~7시까지 하루 10시간가량을 근무하고 있다"면서 "주5일 근무한다면 주당 노동시간은 50시간으로, 야간할증 30%를 감안할 경우 65시간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완전한 주5일도 이런 상황인데 '격주 주5일'이므로 장시간노동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재 노동 환경에서 주 5일을 적용하더라도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주 52시간을 넘기는 상황이라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주간 택배 노동자들에 대한 의무 휴무제에 대해서도 "쿠팡의 주간배송 택배노동자들의 경우 다수가 오전 7시 30분경 출근해 오후 8시 30분~9시까지 근무하고 있어 근무시간이 일 12시간 수준이고, 주당 노동시간은 70시간을 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52주 중 겨우 2주간 주5일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택배노조는 "쿠팡의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핵심적으로 다회전 배송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분류작업에서 택배노동자들을 배제해 주당 노동시간을 주간 60시간, 야간 46시간 이내로 줄여야 한다"면서 "또 생활물류법을 위반하여 운영하고 있는 상시 해고제도 클렌징, 입차제한 조치를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