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노조법 2·3조 거부권 행사야말로 위헌이다

정부가 노조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건의를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개정안은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사측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며, 지난 5일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됐다.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최종 폐기된 바 있다.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된 개정안이 다시 거부권 행사 위기에 놓이면서 민주노총은 7일부터 농성에 돌입했다.

정부는 개정안이 헌법과 노조법 등에 위배될 뿐 아니라 파업과 같은 실력행사로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며, 손해배상 제한 범위가 확대돼 불법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사용자와 국민에게 전가될 거라고 비난한다. 정부의 이 같은 주장은 개정안의 취지와 내용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

실제 원청이 사내하청을 두는 핵심적인 이유는 비용을 절감함과 동시에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것이다. 하청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하청업체를 상대로 소득 없는 교섭을 해야 하는 현실이다. 이는 오히려 노사 간의 대화를 단절시키고, 갈등을 극단화·장기화하는 원인이 된다. 나아가 노동자의 불가피한 저항을 과도한 손배로 압박해 헌법상 노동3권을 무력화하는 지경이다.

노조법 제1조는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노동 쟁의를 예방・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 권한을 가진 원청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하청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법과 제도를 통해 노사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려 한다. 노조법의 본래 목적을 명실상부하게 달성하려는 취지다.

개정안의 내용은 최근의 법원 판결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및 권고 등을 수용한 것으로 근로 형태 변화와 국제적 흐름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오히려 윤 대통령의 거부권이야말로 변화하는 노동 현실을 외면하고, 헌법이 보장한 정당한 권리와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는 반노동, 반헌법적 행태일 뿐이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