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록히드마틴사가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가 지난 2015년 9월2일 미국 유타 주에 위치한 힐 공군기지에서 시험비행 중인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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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 세계 군비 지출이 2조4천430억달러, 한화 3천375조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6.8퍼센트로 2009년 이후 가장 높게 상승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군비 지출 비중은 2.3퍼센트에 달했다. 이는 전 세계 1인당 군비로 연간 306달러, 한화 42만원을 지출했다는 의미로, 199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군사비 증가의 대부분은 무기와 장비 획득 비용이다. 그런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최첨단 무기의 허점을 짚은 자코뱅의 기사를 소개한다.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과 그로 인한 갈등의 확산을 통해 최첨단 기술이 얼마나 쓸모없는지가 드러났다. 이에 따라 군산복합체가 전쟁에서 승리를 목표로 한다는 통념은 산산이 깨졌고, 그들의 진정한 목적은 지속적인 갈등에서 이익을 취하는 것임이 명백해졌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일 전쟁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이후 미국과 유럽에 의존하는 클라이언트 국가로서 무기 실험실 역할을 맡아왔다. 이스라엘은 지난 80년간 억압과 침략, 그리고 주변 국가의 영토를 병합하는 과정에서 무기 제조업체가 무기를 실험할 최적의 무대였다. 이러한 지속적인 실험 기회를 통해 이스라엘은 1980년대부터 자체적으로 세계적인 군산복합체를 발전시켰다. 탱크에서 드론까지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은 서방 군사력의 기술적 우월성과 압도적인 힘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특히 10월 7일 하마스가 주도한 팔레스타인 공격 이후 이 지역은 전혀 다른 성격의 무기 실험실로 바뀌었다. 이스라엘의 첨단 기술이 저비용, 저기술로 무력화되고 있고, 그 결과 경제적·기술적으로 무의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서방 대항 세력이 저렴하고 효율적인 무기를 사용하면서 기존 무기 시스템의 위력이 크게 약화됐다. 이제는 이 현실을 인정하고 낭비되는 수백억 달러를 사회 프로그램과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지금 상황보다 나은 선택지는 얼마든지 있다.
비싼 방어, 값싼 패배
서방 무기의 효과가 의문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0여 년 전 쿠웨이트 점령을 둘러싼 미군 주도의 이라크 전쟁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주류 언론은 사담 후세인의 바트당 군대와 맞선 서방 무기의 기술적 우월성을 찬양하며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극찬했다.
하지만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이라크 탄도 미사일 요격 성공률은 곧바로 도전에 직면했다. 미국 정부의 이후 연구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에서 각각 80%와 50%로 주장된 요격률은 실제로 70%와 40%였고, 사막의 폭풍 작전 중 패트리엇 시스템의 전체 성공률은 9%에 불과했다.
이후 30년 동안 MIT 명예교수 시어도어 포스톨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 왔다. 그는 이런 시스템이 목표물을 제대로 요격하지 못하고 오작동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4월 13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사령관들을 암살한 후 이란과 그 동맹국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는데 이때도 이런 문제가 드러났다.
당시 이스라엘은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요격률이 99%에 달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란이 사전 경고를 하고 공격을 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미사일이 이스라엘 방공망을 뚫고 네게브 사막에 위치한 네바팀 공군기지 같은 핵심 군사 목표를 타격했다. 이 과정에서 발사된 요격 미사일의 총비용은 1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됐다. 이란의 작전 비용은 그 10분의 1에 불과한 최대 8천만에서 1억 달러였다고 한다.
한편 예멘의 정치·군사 단체인 안사르 알라가 팔레스타인 지지를 선언하고 바브 알만데브 해협에서 상업 선박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하기 시작했는데, 서방은 이들의 요구를 해결하기보다는 무력으로 대응했다. 일부 언론은 중동에서 가장 가난한 아랍 국가인 예멘에게 미국이 왜 보편적 건강 보험이 없는지, 그럴 돈을 어디에 썼는지 곧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8개월간 이어진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격렬한 해상 전투는 이들의 경고가 얼마나 공허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수십억 달러의 실수
지난 6월 미국 항공모함 USS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가 예멘과 접한 홍해에서 철수했다. 안사르 알라가 실제로 이 함선을 공격해 손상시켰는지, 아니면 계속된 드론 요격으로 미사일이 소진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이 사건은 미국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해군을 운영하는 것이 순수한 금전적 비용에서 봤을 때 상대적으로 얼마나 큰 부담이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비교적 단순한 기술을 쓰는 드론은 목표물을 한 번만 맞추면 되지만 방어 시스템은 매번 성공해야 한다. 요격 미사일 한 발의 비용이 최소 200만 달러에서 최대 2800만 달러에 이르지만, 샤헤드 드론의 가격은 2만에서 5만 달러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미사일 방어 체계가 승산이 없다. 미국은 막대한 화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사르 알라가 홍해의 해상 교통을 차단하고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초래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긴장 고조로 전면전을 예고하는 현재 상황도 포스톨 교수가 경고했던 기술적 오작동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7월 30일 이스라엘이 3일 전 골란고원에서 12명의 어린이가 사망한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며 헤즈볼라의 수석 사령관 푸아드 슈크르를 암살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해당 지역이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한 시리아 영토라는 사실과 이 지역 주민들이 이스라엘 시민권과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의 '동정'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또한, 이 '공격'에 사용된 미사일이 오히려 보호해야 할 지역을 타격한 아이언 돔 요격 미사일일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로 인해 발생할 전면전은 지나치게 비싸고 불안정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실수로 촉발된 것이 될 것이다.
국민 혈세의 낭비
최첨단 군사 시술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그 목적은 무엇일까? 이는 보잉이 형편없는 비행기 품질로 인해 300명 이상이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와의 합의로 법적 책임을 면했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이들의 우선순위는 비행기를 판매하는 것이지, 그 비행기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8월 초 주식 시장이 폭락했을 때도 방산 산업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노스럽 그루먼, 레이시온, 록히드 마틴, 제너럴 다이내믹스는 지난 1년 동안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고 특히 10월 7일 이후 눈에 띄게 상승했다. 이들의 제품이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이 반복적으로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수익성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것이다.
군사 지출의 낭비 사례 중 가장 악명 높은 것은 록히드 마틴의 F-35 전투기다. 2006년 시작된 F-35 프로그램은 1조 7천억 달러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속적인 비용 초과와 개발 문제는 펜타곤조차 분노하게 했고 2012년 이 프로그램을 경쟁 입찰에 부치게 했다.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 드론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무인 항공기가 전투기가 수행하던 많은 임무를 대신 수행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것도 과도한 기술적 복잡성 없이, 그리고 조종사의 위험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모든 미국인의 학자금 대출을 탕감할 수 있거나, 국가 의료 시스템의 절반을 마련할 수 있는 자금으로 F-35 프로그램이 여전히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은 기막힌 일이다.
군산복합체 경제가 공공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휴대폰, 컴퓨터, 인터넷 등 현대 생활에 필수적인 기술은 마크 저커버그나 빌 게이츠 같은 인물이 발명한 것이 아니라, 공공 투자를 통해 개발됐다. 초기 자금은 수십 년간의 미국 납세자의 돈에서 나온 것이다.
자본주의가 윤리를 중시하지는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국가 지원에 의존한 기업들이 초기 투자에 대한 수익으로 모든 미국 국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2024년 미국의 군사 예산은 8410억 달러에 달했다. 이 자금의 일부라도 교육 시스템을 부흥시키거나 대학 학자금 부채를 탕감하거나 국가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사용된다면 훨씬 더 큰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조 달러가 효과적인 미사일 방어막을 만들지는 못할지라도 건강 또는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기에는 충분한 액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