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정이삭 감독이 이번엔 블럭버스터 영화로 돌아왔다. 바로 미국에서 현재 흥행 중인 '트위스터스'라는 작품을 통해서다.
이런 대형급 블럭버스터의 연출을 맡은 건 그도 처음이다. 그래서 그도 두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두렵다고 영화를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두려움이 어떻게 보면 영감을 주는 것 같다. 성장의 기회를 주고 새로운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엔 그의 말이 녹아 있다. 거대한 돌풍, 토네이도를 중심으로 트라우마와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여기에 블럭버스터의 대가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에 참여해 작품성과 규모,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았다.
우선 눈길을 끄는 점이 있다. 한국 관객에게 토네이도 같은 자연 현상은 공포의 대상이자 두려운 자연현상이다. 가령, 태풍을 보자. 뉴스에서 만나는 태풍은 사람들의 일터와 보금자리를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사람들의 공간이 무참히 파괴된다. 눈물 짓는 사람들, 한숨 쉬는 사람들, 막막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트위스터스'의 서두를 여는 장면은 토네이도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실제 토네이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선 토네이도 구경을 나가기도 한다는데, 어쨌든 영화 속 주인공들은 토네이도를 만날 생각에 들떠 있다. 흥분하고 기대에 차 있다. 토네이도를 신나게 쫓고 토네이도 속으로 뛰어들기도 한다.
하지만 주인공 케이트는 토네이도를 쫓다가 사랑하는 친구들을 잃게 된다. 영화의 분위기는 전환된다. 황홀하고 아름다운 대상이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뀐다. 그리고 영화는 5년 후를 비추며, 뉴욕 기상청 직원이 된 케이트의 모습을 비춘다.
케이트가 토네이도에 대한 트라우마와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방식은 뻔할 것 같지만 뻔하지 않다. 바로 토네이도 카우보이라 불리는 유명 인플루언서 타일러 때문이다. 토네이도를 두고 '밀고 당기기'를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영화의 활기를 더한다. 여기에 영화관을 집어 삼킬 것 같은 토네이도의 구현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영화의 작품성을 더해주는 지점은 자연을 대하는 주인공들의 변함없는 태도다. 토네이도를 '무찌르는' 것이 아닌, 토네이도를 '길들이는' 행보가 영화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 이렇듯 주인공들은 계속 토네이도를 사랑하고 지켜보고 동시에 두려워한다. 영화 속 케이트의 엄마는 타일러에게 이렇게 말한다. "케이트는 어릴 때부터 날씨를 사랑했다"고 말이다. 어느 날 토네이도가 케이트에게 두려움의 존재가 됐지만, 여전히 케이트가 날씨와 자연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함축해서 보여준다.
데이지 에드가-존스가 '케이트' 역할을 맡았고, 글렌 파월이 '테일러'를 연기했다. 케이트의 친구 '하비'는 안소니 라모스가 맡았다. 영화 '트위스터스'는 14일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