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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둘로 쪼개진 광복절 기념식 만든 친일 정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제79회 정부 광복절 경축식이 열렸다. 하지만 이 자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등이 참여했을 뿐, 광복회를 비롯한 대부분의 독립운동단체들과 야 6당은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백범 김구기념관에서 별도의 기념식을 열었다. 8월 15일에 열리는 광복절 기념식이 둘로 나뉘어 열린 것은 광복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8월 15일은 35년간 일본으로부터 당한 민족적 고난을 되새기고 일제에 맞섰던 독립선열들의 넋을 기리는 날이다. 주권을 강탈하고 수탈한 일제의 만행을 규탄하고 반성을 촉구하는 날이기도 하다. 보수건 진보건, 여든 야든 한민족이라면 이점에 대해서만은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없고 실제로 그래왔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이런 사태의 책임은 윤석열 정부에 있다. 8.15를 코 앞에 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뉴라이트 논란의 중심에 선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강행했다. 뉴라이트 인사들이 다른 곳도 아닌 역사기관에 하나둘씩 들어앉는 모습은 그 자체로 역사 왜곡 시도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를 손 놓고 바라보는 굴욕적인 외교 참사도 이즈음 알려졌다.

정부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위로도, 이에 대한 일본의 사과와 배상 촉구도 없었다. 다른 날도 아닌 광복절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일본의 만행을 규탄하고 반성을 촉구하지 않는 것 자체가 낯선 모습이었다. 역대 보수 정권도 기본은 했던 일조차 하지 않으며 윤 대통령은 대신 북한에 대해서만 긴 이야기를 했다.

윤 대통령이 날짜와 자리에 맞지 않게 이날 내놓은 ‘대북 독트린’은 황당하다. “북한 주민들이 다양한 경로로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정보 접근권을 확대하겠다”는 말은 결국 대북 전단을 살포하고 대북 확성기를 더 가동하겠다는 말일뿐이다. 이것을 거창하게 정보 접근권이라 말하는 것도 우습지만 그 결과가 무엇인지 현재의 남북관계로 이미 다 드러난 마당에 군사적 긴장만 높일 위험한 주장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가짜뉴스, 사이비 지식인은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이라며 “자유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이 가짜고 사이비인지 기준을 말하지 않은 채 윤 대통령은 자신과 대립하는 상대방을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이라 낙인찍었다. 어쩌면 윤 대통령의 이날 주장과 같은 독선이야말로 자유라는 가치에 반하는 대표적인 사례일 터이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자유’라는 말만 50번을 했다.

독립단체들과 야당들이 별도의 정부 기념식에 불참하고 별도의 기념식을 한 것은 정부가 왜곡한 8.15라는 날의 본래 의미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이마저도 없었다면 이번 8.15는 독립 선열들 앞에 더없이 부끄러운 하루가 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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