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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리은행 전 회장 부정 대출, 근본적 대책 내놔야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 부정 대출 공분이 커지고 있다. 친인척의 부정 대출 사용처도 알려졌다. 손 전 회장 아내는 100억원대 대출을 받아 건물을 샀고, 그의 처남댁 회사는 100억원에 육박하는 대출을 일으켜 병원 건물을 매입했다. 수백억대 부정 대출 상당수가 부동산에 흘러 들어갔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수시검사 결과에 따르면 손 전 회장 친인척에 실행된 대출은 총 600억원대다. 이 중 350억원이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부정 대출이었고, 부정 대출의 77%인 270억원이 손실이 불가피한 부실 대출이거나 연체 중이라는 게 금융감독원의 판단이다.

대출 실행 과정을 보면 부실은 필연적이었다. 친인척이 허위 계약서를 제출했는데도 은행은 기본적인 사실확인도 하지 않았다. 담보 가치가 없는 부동산을 담보로 제시해도 대출이 나왔다. 신용도가 의심되는 보증인을 세웠다고 추가 대출이 실행됐고 어떤 대출엔 본점 승인도 없이 지점장 전결로 돈이 풀렸다. 나중에나 알려진 일이지만, 손 전 회장 처남은 ‘명예지점장’ 행세하며 호가호위했다.

내부 통제의 완벽한 실패다. 최근 알려진 것만 벌써 세 번째다. 우리은행은 2년 전 본점 직원이 700억원대 횡령 사건을 일으킨 적 있다. 당시에도 은행장이 직접 사과하며 “내부 통제를 강화겠다”고 했다. 본부 감사부를 신설하고 여신관리본부도 새로 꾸렸다. 겉으론 요란했지만, 빈 수레였다. 올해 5월에도 우리은행 직원은 170억원대 대출금을 빼돌렸다. 내부통제는 부실했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내부에서 실패하면 외부 감시라도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책임론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현행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는 빈틈이 많다. 금융 사고가 발생하면 최고 경영진 책임까지 묻지 못한다. 지난 7월부터 대표이사의 내부통제 강화 의무를 적시한 이른바 ‘책무구조도’ 역시 최고경영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손 전 회장이 일찌감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나는 몰랐다”고 발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정 대출이 있었다는 사실을 최근 금감원 발표와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접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대출을 한 번이라도 받아본 국민이라면 혀를 찰 일이다. 회장의 직간접 개입도 없이 지점장 전결로 수십억원 대출이 실행되고, 계약서 확인도 없이 서류 심사가 종결될 수 있나.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이참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산업현장에 ‘중대재해 처벌법’이 있다면 금융권에도 상응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회장 친인척 부정 대출’이라는 전근대적 내부통제 실패를 또 반복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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