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이스라엘군 내부 고발자가 팔레스타인 구금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조직적인 고문을 폭로한 데 이어, 지난 7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의 채널12 뉴스는 가자지구 접경 네게브 사막에 있는 스데 테이만 수용소에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끌고 가 성폭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달 초 발표된 이스라엘 인권단체 비트셀렘의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 구금 시설에 갇힌 팔레스타인인은 전쟁 발발 직전 5,192명이었으나 지난달 초에는 9,623명으로 급증했고, 이 중 4,781명은 형식적 절차도 없이 구금됐다고 한다. 이들이 어떤 일을 겪는지, 얼마전 풀려난 한 팔레스타인에게 직접 들어본 미들이스트아이의 기사를 소개한다.
이스라엘의 스데 테이만 구금소. 철조망에 둘러싸인 남자가 눈가리개를 쓰고 두 손을 머리 뒤로 올린 채 서 있다. 처음으로 공개된 이 악명 높은 군사 기지의 사진 중 하나다. 그곳에는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아무런 혐의도 없이 구금돼 있다. 이스라엘군의 고문은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
사진 속의 남자 이브라힘 살렘은 지난주 거의 8개월간의 구금 끝에 풀려났다. 36세의 살렘은 미들이스트아이와의 인터뷰에서, CNN이 공개한 그 사진은 자신이 겪은 끔찍한 구금 생활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구금 중 성고문, 전기고문, 그리고 잦은 구타를 당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수감자가 구금에서 풀려날 때 직장 부위에 상처를 입고 나온다고 한다. 그들은 치질이라 하지만, 사실은 강간의 흔적을 감추려는 것이라고 한다. 때로는 여군에게 강간당하기도 한다고 한다.
살렘은 납치부터 석방까지 자기 경험을 얘기했다. 다음은 그 이야기다.
납치
2023년 12월 살렘은 가자지구 북부에 있는 카말 아드완 병원 중환자실에 있었다. 이스라엘군이 병원을 급습했고 그의 아이들이 중상을 입어 병실에서 그 곁을 지키고 있었다. 살렘의 형제와 조카 몇 명은 사망한 후였다.
이스라엘군은 병원에 있는 모든 남자에게 광장으로 내려오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의사는 살렘에게 아이들의 진료 기록을 건네며 병실에 남아 이스라엘군에게 아이들의 상태를 설명하라고 했다. “군인들이 와서 내게 ‘여기서 뭐 하고 있어?’라고 물었다. 나는 아이들의 진료 기록을 건네며 아랍어로 ‘이 아이들은 내 아이들이다. 중환자실에서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 명은 혼수상태였고, 세 번째 아이는 화상을 입었어.” 살렘은 그렇게 회상했다. 그러나 한 군인이 진료 기록을 읽고 나서 끌고 가라고 명령했다.
살렘은 다른 남자들과 함께 끌려갔다. 이스라엘군은 그들에게 옷을 벗고 알 수 없는 장소에 있는 커다란 구덩이로 들어가라고 명령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손과 발이 묶인 그들을 때리고 모욕하기 시작했다. 살렘은 그때 들었던 모욕적인 말들을 떠올렸다. “우리는 누크바(하마스의 최정예 특수 부대)를 강간했어,” “우리는 네 어머니를 강간했어” 같은 말들이었지. “그들은 내 옆에 있던 남자에게 머리를 들라고 시켰고, 그 남자는 ‘난 창녀 아들이다, 내 여동생은 창녀다’라고 말하라고 했다”.
이스라엘군은 결국 100여 명의 남자를 네게브 사막에 있는 구금소로 끌고 갔다. 그들은 이틀 동안 비를 맞으며 속옷만 입은 채 방치됐다가 가벼운 작업복을 받았다. “물론, 손은 뒤로 묶여 있고 다리도 묶였으며 눈은 가려져 있었다”. 감방에서는 다리를 풀어줬지만 이틀 동안 아무 음식도 주지 않았다. 작은 물병 하나를 모든 수감자가 나눠 마셔야 했다. 이후 한 사람씩 불려가 심문을 받기 시작했다.
스데 테이만
어느 날 살렘은 자신이 왜 구금되었는지, 무엇을 잘못했는지 묻다가 스데 테이만으로 이송됐다. 그곳은 이스라엘이 2023년 10월 가자지구를 침공한 이후 팔레스타인인을 수용하기 위해 사용하는 군사 기지다.
“그곳은 최악의 악몽이었다”. 살렘은 스데 테이만에서 보낸 52일을 그렇게 묘사했다. 수감자는 정기적으로 고문을 받았고, 간수에게 끊임없이 모욕당했다. 살렘은 이것이 정신적으로 해를 끼치려는 시도였다고 했다. “누군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벌을 받았고,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해도 벌을 받았다”.
“군인이 한 발로 두 시간 동안 서 있으라고 명령한 뒤, ‘도와줄까?’라고 물었다. 내가 ‘네’라고 대답하면 ‘나는 창녀 아들이다, 나는 창녀 형제다’ ‘네타냐후가 여동생을 강간했다’ ‘암 이스라엘 하이’(이스라엘 민족이 살아 있다)라고 백번 말하라고 했다. 다 하고 나면 마음에 안들었다며 다시 하라고 했다. 결국 그 말을 수백 번 반복해야 했다. 그러다 보면 또 몇 시간이 흘러가 있었다”.
살렘은 구타도 있었다고 했다. “어느 날, 손이 묶인 채로 군인이 내 가슴에 의자를 던졌고, 그 의자는 내 가슴에서 부서졌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 군인은 당시 여자 친구와 영상 통화 중이었고, 그녀에게 나를 보여주면서 나를 모욕하도록 시켰다”. 그는 “우리는 가자에서 너희 머리로 축구 할 거야. 가자를 축구장으로 만들어 너희와 너희 여인들의 머리로 축구 할 거야”라고 말했다.
전기 고문
가장 끔찍한 고문은 주로 심문 중에 발생했다. 어느 날 살렘은 젊은 조카들의 죽음을 이스라엘군에게 따졌다가 전기 고문을 당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로켓이 어디 있냐고, 이스라엘 인질이 어디 있냐고 물었다. ‘나는 카말 아드완 병원에 있었다. 너희는 내 형제를 죽였고 우리 집을 폭격했다. 내가 인질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겠느냐”고 대답했다.
그들은 “우리는 아이들을 죽이지 않아”라고 했다. 나는 “내 여동생의 아이들은 세 살과 다섯 살이었다. 그러면 걔네는 군인이었단 말인가? 여동생이 금요일에 아이들을 씻기고 있다가 변을 당했다. 여동생이 군인이었단 말인가? 내 아이들은 또 어떤가. 우리가 당신에게 무슨 일이라도 했는가? 우리가 10월 7일 공격에 가담하기라도 했는가? 당신은 아이들을 죽인다”고 했다.
그러자 그들은 의자를 가져와 살렘을 앉혔다. 그의 손을 묶고 눈을 가렸다. 그리고 그의 몸에 뭔가를 붙이기 시작했다. 살렘은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들은 민감한 부위를 골라 살렘을 감전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살렘을 구타했다.
여군에게 성고문 당하다
살렘 같은 많은 수감자에게 또 다른 트라우마는 성고문이었다. 성고문은 흔했지만 수감자들은 서로에게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10대 여군들에게 강간당했을 때, 수감자들은 이를 인정하기 어려워했다고 그는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수감자를 발가벗기고 항문에 물건을 삽입하거나 속옷을 갈아입을 때 성기를 거칠게 잡아당기는 것이 일반적인 고문 방식이었다. 한 40대 수감자가 강간당했다는 소문이 돌자, 살렘은 그에게 계속 다가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그는 여군에게 강간당했다고 했다.
점령을 폭로하다
살렘은 스데 테이만에서 52일,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의 오페르 감옥에서 몇 밤을 보내고 대부분의 구금 생활은 네게브에서 보냈다. 그는 지난주 다른 수감자 14명과 함께 풀려나 가자지구 중부에 있는 데이르 알발라 근처의 한 검문소에 버려졌다. 처음에는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한 군인이 그에게 말했다. “전쟁은 너희 모두를 죽일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군인들은 그들에게 뒤를 돌아보는 사람은 총살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살렘이 풀려난 여성을 도우려고 속도를 늦추자 군인들이 총을 쏘기 시작했다. 그들은 결국 데이르 알발라의 알악사 순교자 병원에 도착했다.
살렘은 화제가 된 사진에 대해 질문받자 그 사진은 그가 5~6시간 동안 고문을 받고 있을 때 찍힌 것이라고 했다. 당시 그는 카메라 셔터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한 수감자가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서 그 수감자가 소변을 지리게 된 후, 이스라엘군에게 항의했다고 말했다. 살렘은 같은 자세로 오랜 시간 서 있어야 했으며, 그것은 그가 구금 중 겪었던 고통의 일부에 불과했다고 했다.
“더 가혹한 고문, 더 심한 구타가 있었다”고 그가 말했다. “가장 굴욕적인 순간은 옷을 벗으라고 했을 때, 항문에 물건을 삽입했을 때, 또는 젊은 여군이 내 성기를 계속 만졌을 때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스라엘 점령의 실상을 보게 된 것은 다행이다”. 살렘은 이 점령을 폭로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내가 만난 모든 수감자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이번 주 초 이스라엘 인권 단체 비트셀렘은 이스라엘이 10월 7일 이후 모든 팔레스타인 수감자에게 제도적으로 고문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전역의 민간 및 군사 구금 시설에서 고문이 자행됐고 10개월도 채 되지 않아 최소 6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비트셀렘은 모든 이스라엘 시설에서의 학대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스라엘 교도소 당국의 조직적이고 공표된 정책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하며 이 정책이 사실상 이스라엘 교도소를 ‘고문 수용소’로 변화시켰다고 전했다.
비트셀렘은 182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에서 팔레스타인 수감자가 겪은 고문에 ‘빈번한 심각하고 자의적인 폭력, 성폭행, 모욕과 굴욕, 고의적인 기아 상태, 비위생적인 환경 강요, 수면 박탈, 종교 예배 금지 및 처벌, 모든 공동 및 개인 물품의 몰수, 그리고 적절한 의료 처치 거부’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비트셀렘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에게 가한 이런 행위가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