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세 정상이 18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1주년을 맞아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에서 정상들은 "역사적인 정상회의 이후 1년간 3국 협력에서 이루어진 대단한 진전"을 높이 평가하고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으로 연결된 안보 협력을 제고“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개최한 세 나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이미 정보 공유 및 합동 훈련과 같은 3자 안보 노력을 제도화하기 위한 각서에 서명하고 회담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바야흐로 세 나라의 안보협력은 한미일 군사동맹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성명의 내용은 식민 지배 과거사 문제를 포함한 한일 양국 간의 정치적 장애물을 제거했다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위안부 징발과 강제노역을 역사에서 지우고, 핵 오염수 방류를 방치하며, 식민 지배의 역사를 외교 문제에서 제거하고, 뉴라이트 출신 독립기념관장을 임명하는 등 국민의 격분을 일으킨 일련의 사태는 결국 일본 자위대와 우리 군이 미국의 지휘 아래 ‘원팀’이 되게 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인 셈이다.
모두가 인정하듯 한미일 군사동맹은 미국과 일본에게 오랜 숙원이었다. 동아시아에서 자신의 역할을 이제 일본이 일부 대리해주기를 바라는 미국에게는 엄청난 이익이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라는 두 개의 동맹을 하나로 연결시킬 수 있다면 이를 지휘 관리하는 미국의 입장에선 큰 이익이 된다. 헌법을 바꿔 전쟁할 수 있는 나라, 군사대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국제적 명분과 미국과 동맹국의 신임이 필요한 일본에게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이를 발판으로 삼아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동아시아 맹주로서 거듭날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무런 이득이 없다. 오히려 역내 긴장만 고조시켜 평화가 위협받고 냉전 시대와 같은 과도한 블록화로 경제적으로도 손해다. 용산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과거 자신의 논문에서 ”한국이 직면한 국가생존의 문제는 당장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이나 이웃 나라와의 무력분쟁보다도 미래의 권력과 부를 누가 결정할 것인지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한 바 있다. 입버릇처럼 말하는 ‘민주, 인권, 법치주의를 공유하는 가치동맹’의 출발점이다. 안보나 경제가 아니라 과도한 이념 편향이다.
미국, 일본과 한 몸으로 움직여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이런 초조감이 바로 사대주의의 전형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그 친위세력들이 ‘용산총독부’와 ‘밀정’ 소리까지 들으며 나빠진 여론에도 불구하고 노골적인 친일행각을 벌이는 숨은 목적이다. 이제 친일 행위라는 나무만 보지 말고 한미일군사동맹이라는 숲을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