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2기 맞은 이재명의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전 대표가 연임됐다. 이 대표는 85.4%의 역대 최고득표율을 기록해 대체 불가능한 당내 위상을 재확인시켜줬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이 대표의 지원을 받은 김민석 의원이 1위를 차지했고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준호 의원이 3위를 차지했다. 전현희, 김병주, 이언주 최고위원도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운영해야 한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명실상부한 이 대표의 친정 체제가 수립된 셈이다.

이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의 재선 당 대표가 됐다. 김 전 대통령이 '총재'직을 수행했던 것이 30년 그때와 지금을 똑같이 놓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제 민주당의 흥망성쇠가 오롯이 이 대표에게 달려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 대표로서는 김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다음 대선에서의 승리에 모든 것을 걸게 됐다. 그러나 대선은 아직 많이 남았고, 이 대표가 그때까지 어떤 정치를 펼치는가가 더 중요하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 이후 우리 정치는 교착 상태에 놓여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이지만 이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22대 국회가 개원 이후 어떤 쟁점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것이 그 증거다. 이 대표 입장에선 어떤 식으로든 교착을 타개해 성과를 보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과 여당에게 책임을 넘기고 탓을 하는 것만으로는 국민에게 준비된 지도자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정부·여당과의 관계만큼이나 당내, 그리고 당 밖의 민주-진보세력과의 관계도 잘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최고위원을 배출하지 못했지만 민주당 안에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고, 이를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당의 단합을 강화하는 데나 정국을 돌파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큰 승리는 민주당 단독으로 이뤄낸 것이 아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정당 등 범야권의 제 세력과 연대연합을 공고히 하는 데에도 주의를 돌려야 한다.

변화하고 있는 국제정세에 대한 관심도 놓쳐서는 안 된다. 외교, 안보는 전통적으로 정부·여당의 책임으로 이해됐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형세에서 야당의 주요 지도자는 나름의 방식으로 외교에 개입할 수 있고 개입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가치외교 같은 일방통행식 외교가 오래갈 경우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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