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이 한 유튜브 채널의 기획자로 일하던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산재 처리 결정을 내렸다. 유튜브 채널에 고용된 프리랜서 기획자에 대한 노동자성이 처음으로 인정된 판단이다. 해당 노동자는 지난해 12월 유튜버의 야외 촬영을 하다 허리를 다치고 퇴사했다. 애초 산재보험에 근로자로 가입되어 있었지만, 사용자인 유튜버가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산재 처리를 해줄 수 없다’고 하자 올해 3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해 달라는 진정서를 냈고, 5개월 만에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이번 판단을 계기로 유튜버나 유튜브 채널에 고용된 다른 노동자들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길이 열려 의미가 작지 않다.
유튜브를 포함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뿐 아니라 산업구조와 기술발전 그리고 노동환경의 변화로 이전의 고용계약 형태가 아닌 특수고용, 플랫폼노동 등이 매우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실제로는 노동자와 사용자 관계인데도 위장 자영업, 프리랜서 계약으로 노동권을 박탈한 사례도 급증했다. 이렇게 '무늬만 프리랜서'는 근로기준법의 노동자 보호 조치에서 소외돼 연차휴가나 초과근로수당, 부당해고, 산재처리, 직장 내 괴롭힘 등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한다.
문제가 커지자 윤석열 정부도 최근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을 신속히 제정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근로기준법 확대 등의 큰 변화 없이도 노동조합 밖 근로자와 노동약자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지만 틀린 방향이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빠르고 근본적인 방법은 사용자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모든 사람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법률상 근로자의 정의를 확대해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프리랜서를 포함한 일하는 모든 사람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은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지난 7월 압승을 거둔 영국 노동당은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뉴딜정책' 중 하나로 업종이나 임금 또는 계약 유형과 관계없이 모든 근로자에게 동일한 기본권리와 보호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2월 호주에서는 '구멍 막기 법'이 통과됐다. 일하는 사람이 노동자인지 프리랜서인지, 일 시키는 사람이 계약 상대방인지 사용자인지에 대해 이름이 아니라 현실을 놓고 판단하도록 법을 정비한 것이다. 뉴욕에서도 올해 초 '프리랜서 공짜노동 방지법'이 통과되기도 했다. 우리도 노동법상 근로자 개념을 확대하는 등 근본적 대책을 세우는데 속도를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