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광화문에 100m 높이의 태극기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가 국가주의 논란을 빚었던 서울시가 비슷한 계획을 다시 발표했다. 광화문 일대를 자유민주주의와 인류평화를 상징하고 대한민국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조성하고, 시민의 제안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공간 모습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20일 서울시는 지난 7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한 달 동안 서울시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받은 결과 총 522건 가운데 국가상징 공간 조성에 찬성하는 의견은 308건 59%, 반대 210건 40%, 기타 4건 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국가상징 공간 조성 디자인 제안도 받았는데, 41%가 상징물로 ‘태극기’를 꼽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25일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국가상징 공간 조성 계획’을 통해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와 ‘꺼지지 않는 불꽃’ 상징물을 세운다고 발표했다가 시대착오적인 국가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지난달 11일 기자설명회를 열어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한 바 있다.
오세훈 시장은 20일 “공산주의와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번영이 꽃피울 수 있던 바탕에는 전 세계에서 도와주러 온 분들의 고귀한 헌신과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주제로 상징물을 만들겠다는 방향을 설정했다”며 국가상징공 간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500여 건에 불과한 의견을 가지고 시민 여론을 수렴했다고 보기 힘들다. 더구나 이번에 발표한 계획도 국가상징 공간, 태극기 등 이전과 다르지 않은 것이어서 똑같은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여당은 최근 정권을 향한 여러 비판을 반국가세력의 사회 혼란 시도로 매도하고. 뉴라이트 계열 인물들을 요직에 기용해 역사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광화문에 지으려는 이른바 국가상징 공간은 국민을 통합하는 상징이 아니라, 극우세력의 이념을 홍보하는 선전물일 뿐이다. 광화문은 극우세력이 아닌 시민 모두의 것임을 서울시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