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폐기물 가운데 90% 가까이는 산업폐기물(사업장폐기물)이다. 가정에서 배출하는 종량제 봉투에 든 폐기물,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폐기물 등 생활폐기물을 모두 합쳐도 대한민국 전체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의 10%가 안 된다. 그러니 대한민국 폐기물 문제의 핵심은 산업폐기물이다.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산업폐기물 처리시설
산업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산업폐기물의 양이 줄어들지 않으면 대한민국 전체 폐기물의 양이 줄어들 수 없다. 그런데 정부는 생활폐기물을 감량하라는 캠페인만 하고 있다. 산업폐기물은 영리업체들에게 맡겨놓고, 사실상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영리업체들이 전국 곳곳에서 산업폐기물매립장, 소각장, 유해 재활용시설(소각과 유사하거나 소각보다 더 환경오염 우려가 큰 시설들이다)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의 추세를 보면, 대기업, 사모펀드를 포함해서 온갖 업체들이 이윤만 보고 산업폐기물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인·허가만 잘 받으면 수백~수천 억을 챙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시설들로 인한 피해는 지역주민들이 입고 있고, 환경이 오염되고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환경정의, 경제정의의 측면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산업폐기물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활폐기물처리시설의 경우에는 입지선정 절차라도 밟게 되어 있지만, 산업폐기물처리시설의 경우에는 영리업체가 ‘이곳에서 매립장, 소각장을 하겠다’고 하면 입지가 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채석장(토석채취)을 하면서 수십 년간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혀 온 자리에 산업폐기물 매립장이나 소각장을 하겠다고 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경기도 화성시 비봉면, 전남 보성군 벌교읍, 경북 고령군 쌍림면 등).
5,000억 원으로 평가되는 산업폐기물 매립장 업체
지금 산업폐기물 사업 가운데서도 가장 이윤이 많이 나오는 사업은 산업폐기물 매립장이다. 그래서 업체들은 어떻게든 산업폐기물 매립장 인·허가를 받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얼마나 돈이 되는지는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최근 어펄마캐피탈라는 사모펀드가 ㈜제이엔텍이라는 산업폐기물 매립장 업체의 지분 51%를 2,7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다. 지분 100%로 환산하면 5,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제이엔텍은 충남 당진에 있는 매립장 업체로 2021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매립용량 규모가 국내 최대 수준이기는 하지만, 인수ㆍ합병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거래된 것이다.
그런데 ㈜제이엔텍의 주주들이 출자한 자본금은 100억원이다. 투자금 대비 50배로 지분가치가 올라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이엔텍의 회계감사보고서를 보면, 주주들은 이와 별개로 300억 원을 이미 배당금으로 챙겼다. 투자금 대비 현금배당을 이미 3배 받았고, 그 이후에도 지분가치는 투자금 대비 50배에 달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횡재’ 수준의 사업이다.
변칙증여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어
이처럼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엄청난 이윤을 남기는 사업이 되다 보니, 그 과정에서 변칙증여가 일어날 가능성도 매우 크다. 변칙증여의 과정은 간단하다.
산업폐기물 매립장 인·허가가 확정되기 이전에 대주주가 자녀에게 일부 지분을 갖게 하는 것이다. 가령 자본금이 10억원인 회사를 만들고 20대 자녀에게 1억으로 10%의 지분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 1억을 증여로 처리하더라도 증여세는 수백만 원만 내면 된다.
그리고 산업폐기물 매립장 인·허가가 확정되면 자본금 10억 원의 회사는 지분가치가 수천억 원에 달하는 회사가 된다. 10% 지분만 갖고 있어도 졸지에 수백억 원대의 자산가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이유는 산업폐기물 매립장 인·허가만 받으면 ‘횡재’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그 과정에서 변칙증여의 여지도 생기는 것이다.
더욱 기막힌 것은, 최대 30년까지 사후관리를 해야 하는 산업폐기물 매립장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수습이 안 되면, 결국 국민세금으로 사후관리를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매립장은 매립을 할 때 돈을 버는 것이고, 매립이 끝나면 돈은 안 되고 사후관리만 해야 한다. 여기에 대비해서 업체가 사후관리 이행 보증금을 미리 내도록 제도가 되어 있지만, 보증금으로도 감당이 안 되는 경우에는 결국 국민세금으로 사후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 이미 전국 곳곳에 세금으로 사후관리를 해야 하는 매립장들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이익은 사유화, 부담은 사회화’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돼
따라서 지금과 같은 산업폐기물 사업을 그대로 놔둔다는 것은 환경정의의 측면에서나 경제정의의 측면에서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부담은 사회화’하는 것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8월 29일 국회에서는 산업폐기물처리의 공공성ㆍ책임성 확보를 위한 법개정 방안 토론회가 열린다. 안호영/김주영/이학영/박홍배/이용우/박해철/송재봉/이광희/강득구/김남근/박지혜 국회의원과 환경운동연합, 공익법률센터 농본, 민변 환경보건위원회 등이 공동주최하는 토론회이다.
폐기물관리법,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폐촉법)」을 바꿔서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ㆍ책임성을 개선해보자는 취지의 토론회이다. 부디 22대 국회에서는 복마전이 된 산업폐기물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입법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