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쿠르스크 침공: 전략적 도박의 결말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대한 국경 너머 공격을 시작한 지난 6일 우크라이나 제24 기계화여단의 병사들이 러시아 진지를 향해 이젤 대전차 수류탄발사기 SPG9를 발사하고 있다.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9일 우크라이나군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 쿠르스크 지역에 "연방 차원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는 전쟁 발발 후 러시아 영토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최대 공세가 시작된 후 나흘 만이다. 2024.08.09. ⓒ사진=뉴시스

8월 6일 새벽, 우크라이나군이 군인 1만여명과 장갑차 600대를 투입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기습 침공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남부 전선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 전력을 분산시키고 진격을 늦추기 위한 전략적 시도로 분석된다. 동시에, 이 공격은 서방의 관심을 다시 끌어내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쿠르스크 침공은 올렉산드로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최고사령관이 주도 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 작전은 우크라이나가 처한 절박한 상황에서 비밀리에 준비된 대담한 도박이었다. 시르스키 장군은 초기 작전의 성공으로 우크라이나의 사기를 크게 북돋웠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주요 전선을 혼란에 빠뜨리며 전쟁 흐름을 일시적으로 뒤집는 것으로 보였다.

러시아가 이번 침공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건 계속된 정보 실패와 750마일에 걸친 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서 러시아의 준비 태세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줬고, 우크라이나의 전과는 러시아가 결국 이 소모전에서 이길 것이며 그때까지 승승장구할 것이라는 세계의 인식을 뒤집어 놓았다고 뉴욕 타임스는 평가했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초반에 진격하면서 러시아 징집병과 국경수비대가 투항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확산되면서 많은 러시아인에게 충격을 줬고, 보수를 잘 받고 사기 높은 지원자가 집을 떠나 멀리서 싸우고 있다는 러시아의 서사도 흔들렸다.

물론 쿠르스크 지역은 대규모 군부대가 상주하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에 초기에는 러시아군이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수많은 러시아 병사를 포로로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는 이러한 주장이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신속하게 방어부대를 재편성하고 후방 보급선을 강화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진격을 저지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무뎌졌고 전선은 고착되기 시작했다. 군사 분석가 대부분은 우크라이나가 더 이상 쿠르스크의 원전이나 지방 수도와 같은 전략적 목표물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또 러시아가 연봉 인상으로 자원 입대자를 끌어들여 강제 동원에 의존하지 않았기 때문에 방어 병력 강화에 대한 국민의 반감도 없다고 한다.

러시아 국경 지역에서의 전투가 아직 초기 단계인데 우크라이나의 침공 속도가 느려지면서 러시아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기 때문에 이번 침공이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장악력을 약화시키는 대신 결국 더 많은 국민을 결집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견해도 많다.

게다가 쿠르스크 침공이 진행되는 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진격 속도를 높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침공이 러시아 본토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우크라이나가 동부 지역에서 밀리는 것을 만회하려는 전략적 도박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 도박이 오히려 돈바스 지역, 특히 포크로브스크에서 러시아의 진격을 촉진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쿠르스크 전투는 우크라이나에게 중요한 전략적 도전 과제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러시아의 저항이 강해지고 우크라이나의 전진은 느려졌다. 러시아는 쿠르스크에서의 방어를 강화하면서도 남부 전선에서의 공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자원을 더욱 소모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서방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이번 도박이 성공할 가능성에 대해 점점 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침공이 서방의 관심을 다시 끌기 위한 시도였지만,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의 자원 우위에 의해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방 분석가들은 쿠르스크 침공이 초기에는 효과적이었으나,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에서 장기적으로 이길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의 반응도 눈여겨볼 만하다. 푸틴은 처음에는 쿠르스크 침공에 대해 ‘결정적인 대응’을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역습보다는 침공을 억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진격에 대응하면서도 자원 소모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임을 시사한다. 쿠르스크 전투가 장기전에 돌입할 경우 러시아는 자원 우위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쿠르스크 침공은 우크라이나에게 단기적인 전략적 이점을 제공했으나,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의 자원 우위에 의해 압도될 위험이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공격이 초기에는 성공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우크라이나의 자원이 고갈되면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뉴욕 타임스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이번 전략적 도박에 대해 점점 더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분석하며, 우크라이나의 진격이 실패할 경우, 이는 서방의 지원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서방의 지원과 러시아의 대응이 향후 전쟁의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남아 있다. 쿠르스크 침공이 장기적으로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아니면 일시적인 사건으로 끝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서방 언론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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