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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 정부 3년차 초긴축 예산, 이제 국회의 시간이다

윤석열 정부가 초긴축 예산을 발표했다. 내년 글로벌 경기와 한국 경제를 감안하면 걱정이 앞선다.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 정도 차이만 있을 뿐 글로벌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은 이미 글로벌컨센서스다.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앞다퉈 금리 인하를 천명하고 있다. 인하 명분으론 인플레이션 완화를 내세우지만, 속내는 고금리에 따른 경기 부담, 소비 위축과 그에 따른 고용 악화를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고민이 깔려 있다.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는 견고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면서도 “고용시장이 추가로 냉각되기를 추구하거나 반기지 않는다.”고 했다. 잭슨홀 미팅 직후, 한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은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20%에서 25%로 상향했다. 나 홀로 성장을 이어왔던 미국의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 전망은 이보다 어둡다.

글로벌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돌아서는데, 수출 주도 한국 경제가 회복 혹은 상승하리라 전망하는 전문가는 없다. 한국은행이나 정부도 알고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은 각각 2.1%(한국은행), 2.2%(정부)로 올해 수준보다 낮다. 전망치는 하반기,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도 초긴축 예산이다. 최소한의 경기 방어를 위한 재정의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내년 예산은 677조4천억원 수준이다. 올해보다 고작 20조8천억원 늘었다. 물가상승률에 따라 반드시 인상 지급해야 하는 의무지출이 18조2천억원 규모다. 정부 의지로 늘린 재정은 고작 2조, 전체 예산 대비 0.8%에 불과하다. 정부는 예산 확보를 위해 24조원 규모의 지출구조조정이 있었다고 자랑처럼 늘어놨다. 지금이 허리띠를 졸라맬 때인가.

허리띠를 졸라매 지켰다고 자랑하는 재정건전성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입이 늘거나, 최소한 줄지 않아야 지출을 아낀 효과가 나온다. 잘 알려져 있듯, 재정 수입은 줄었다. 내년도 국세수입은 382조원에 불과하다. 3년 전 국세 수입이 396조원이었으니 재정 수입은 17조원 줄어들었다. 경제는 매년 성장했는데 수입이 줄었다면 답은 하나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감세 영향이다.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들어 잇따라 이뤄진 감세 정책 영향으로 발생한 세수 감소 규모가 딱 17조원이다.

지출을 줄였으나 수입도 줄어버리니 나라 살림은 건전해진 것이 아니라 병약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가채무 1,126조7천억원 중 향후 과세 등 국민 부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악성 채무’(적자성 채무)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세수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기금을 끌어다 썼기 때문이다. 환율 안정을 위한 쌈짓돈인 외평기금, 공공사업 실시를 위해 모아둔 공공자금관리기금 내 주머니처럼 사용했다. 정부의 한은 마이너스 통장 잔고가 급격히 늘었다. 모두 감세 영향을 숨기기 위한 꼼수다.

이제 국회의 시간이다. 내달 2일, 윤석열 정부의 3년차 초긴축 예산이 국회에 보고된다. 여러 한계가 있지만, 야당의 역할이 막중하다. 내년 글로벌 경기 하락에 대응하는 적극 예산,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국내 소비 회복을 위한 민생 예산, 병약해진 재정을 강화하기 위한 부자 감세 철회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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