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독선만 다시 드러낸 윤 대통령 국정브리핑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정브리핑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경제가 확실히 살아나고 있다”고 말하며 “과거에는 꿈조차 꾸지 못했던 일이 눈앞에 현실이 됐다”고 경제 성과를 내세웠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들려온 말이라고는 고물가, 고금리, 내수 침체, 자영업 위기 같은 말뿐인데, 대통령은 아랑곳없이 자화자찬이었다.

국정브리핑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는 의대 증원,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 등 다양한 방면의 질문이 쏟아졌다. 의혹이 많았던 만큼 들어야 할 해명도 많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84분 간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지만 기존의 완고한 입장을 되풀이할 뿐 어떠한 성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번에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과 관련해 무슨 청문회를 하지 않았나”며 “거기서 외압의 실체가 없는 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여야의 절충안으로 거론되는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조차도 일축하는 주장이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도 “민간 재판기관의 절차가 아주 엄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드러난 사실은 해병대 수사단이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직후 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국방비서관, 국방부 차관과 7차례 통화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외압의 몸통으로 보이는 이 정황에 대해서 해명하지 않고 ‘외압의 실체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허하다.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면 더더구나 언급을 안 하는 게 맞다”라며 그래서 뇌물을 받았다는 것인지 아니라는 것인지 말을 하지 않았다. 검찰총장이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던 ‘황제 조사’에 대해서는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모든 것이 이런 식이었다. 엄연히 ‘비상 진료 체계’가 가동 중이고 이로 인한 불편과 위험을 환자들이 겪고 있는데 윤 대통령의 말은 “이제 의대 증원은 마무리됐다”였다. “국회가 정상적으로 기능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인사청문회마다 불거진 논란을 국회와 야당 탓으로 돌렸다. 논란 투성이의 인사를 연이어 임명하며 파행을 자초한 책임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으로 불거진 뉴라이트 논란에 대해서 오히려 윤 대통령은 “뉴라이트가 뭔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뉴라이트 친일인사를 독립기념관장에 앉히자 우려가 들끓었는데, 대통령은 뉴라이트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고 말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역사기관의 수장을 임명하면서 현재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친일 역사관은 신경쓰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뉴라이트냐 뭐냐, 이런 거는 안 따지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번 국정브리핑을 통해서 대통령의 인식과 주장이 국민 여론과 얼마나 아득히 차이 나는지 드러났다. 독선에 가득 찬 일방적인 주장만 반복하는 것은 누구도 설득할 수 없으며, 실망만 부추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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