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반주주와 금감원의 반대에 부딪힌 두산 지배구조 개편

두산그룹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계획을 철회했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은 대표이사 명의의 주주 서한을 통해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긍정적으로 예상되더라도 주주들과 시장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추진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모호한 표현이지만 결국 소액 주주들과 금융감독원의 반대가 합병 취소의 이유였을 것임은 분명하다.

다만 이번 합병 철회에도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중단되는 건 아니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투자회사를 분할해 두산밥캣을 신설법인에 붙이고,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를 합병할 계획이다. 이번에 철회한 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합병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가 지분 46%를 보유한 자회사가 된다.

금융감독원은 두산이 지배구조 개편에서 제시한 합병비율이 공정하지 않다고 봤다. 총수 일가가 직접 지배하는 (주)두산의 지배력이 올라가는 반면, 다른 주주들은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을 철회한다고 해도 두산밥캣을 지배하는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비율 문제는 여전하다. 두산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지는 두고볼 일이다.

재벌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주주의 반발을 낳는 이유는 단순하다. 총수 일가의 이익을 앞세우기 때문이다.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의 분할이 원전 사업 도약에 필요한 대규모 설비투자를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알짜' 자회사를 다른 계열사에 넘기는 것이 시장에서 돈을 더 빌릴 수 있는 이유가 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대규모 투자자금이 필요하다면 밥캣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도 있다. 두산으로서는 절대 하지 않을 일이지만 말이다.

한국의 재벌들은 결국 총수 일가의 지휘 아래 다양한 사업을 해왔다. 이런 지배구조 하에서는 어떤 회사를 떼서 다른 데다 붙인다고 해서 시너지 효과가 나올 리 없다. 복잡한 구조 개편이 결국 총수 일가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것으로 이어졌다는 것도 이미 경험한 바다. 박근혜 정부 당시 벌어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이 어떤 파장을 불러왔는지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이제 이런 류의 지배구조 개편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정부와 국회도 빠르게 관련법을 개정해 재벌들이 '의미없는' 유혹을 느끼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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