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부터 영국 전역에 반(反)이민 폭동이 일어나 폭력, 약탈, 방화, 등이 8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2011년 흑인 이경찰 총에 맞아 숨진 후 발생한 시위가 전국적인 폭동으로 번져 2000여 명이 사법 처분을 받은 사태 이후 13년 만에 최악의 소요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폭동은 중서부 도시 사우스포트에서 소녀 세 명의 목숨을 앗아간 칼부림 사건 범인이 무슬림 이민자라는 거짓 정보로 촉발됐는데, 정부가 해당 소문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하고 이를 국민에게 여러 차례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폭동은 이어졌다. 거리는 극우의 주장을 외치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그 배경을 살펴본 미들이스트아이의 기사를 소개한다.
7월 29일, 영국에서 흉기 난동 사건으로 세 소녀가 칼에 찔려 사망한 후 폭동이 일어나 일주일간 이어졌다. 이 사건은 극우 세력이 이민자와 무슬림 같은 취약층에 가하는 폭력적 위협에 대한 논쟁을 다시 불붙게 했다.
[이번 폭동은 2011년 이후 영국에서 발생한 가장 큰 규모의 소요 사태로, 인종 차별적인 공격, 방화, 약탈이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폭동은 29일의 칼부림 사건 이후, 범인이 무슬림이자 망명 신청자라는 극우 단체의 거짓 주장이 퍼지면서 이슬람 모스크가 공격당하면서 급속히 확산됐다. 이번 폭동으로 약 1,000명이 체포되고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수감됐다. 폭동은 8월 중순 이후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으나, 영국 당국은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폭동은 나이젤 패라지 개혁당 대표 등 극우 정치인과 우파 언론이 7월 4일 총선을 앞두고 무슬림을 희생양 삼아 이민자에 대한 반감을 조장한 직후에 발생했다. 지난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 무슬림의 92%가 이번 극우 폭동 이후 ‘매우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다. 많은 무슬림이 외출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6명 중 1명은 인종차별 공격을 직접 경험했고 3분의 2는 다른 무슬림이 공격당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했다.
7월 초에 총선을 치른 프랑스와 그 이전에 총선을 치른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극우가 더욱 부상했다. 이런 최근 동향을 이해하려면 유럽 극우의 네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유럽 극우가 제기하는 위협과 극우의 이념과 목표, 정치적 의제, 선거에서의 영향력,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극우에게 투표하는 이유를 봐야 한다.
극우의 핵심 이념은 동일하다
극우 정당은 국가별로 특수성이 있지만 이들이 공유하는 핵심 이념은 역사적, 지리적 경계를 넘어 일관성을 유지하며 비슷한 정책으로 이어졌다. 극우 이념의 핵심은 최근 '국민 포퓰리즘'이나 '신포퓰리즘'이라 불리는데 그 주요 내용은 민족주의와 애국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다. 이런 민족주의는 트럼프주의, 푸틴주의, 모디주의 등으로 나타나며, ‘국가’와 '국민'에 대한 신비주의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극우는 배타적인 인종 차별과 국가주의, ‘전통적’인 결혼과 핵가족을 옹호하고 낙태와 동성 결혼을 반대한다. 또한 강압적인 법질서의 유지와 세계화에 대한 불신도 이들 이념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그 결과 극우는 이민과 개방된 국경, 다문화주의를 거부하고, 변하지 않는 동질적인 사회에 대한 환상을 추구한다.
유사한 전략과 방법을 지닌 극우
극우 세력은 지지를 끌어내는 전략과 대중에 대한 접근 방식이 비슷하다. 극우는 포퓰리즘에 기반해 ‘오만하고, 서민의 현실을 전혀 모르며, 정통성이 없다’며 정치, 문화, 예술의 엘리트와 기득권 세력을 격렬하게 낙인찍는다. 자신을 약자로 포장하거나, 도널드 트럼프, 빅토르 오르반, 조르자 멜로니 같은 카리스마 있는 강력한 지도자의 컬트를 조장하면서 반제도권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도 효과를 보고 있다.
서구 문명의 '쇠퇴'에 대한 경고도 극우 세력이 지지를 끌어내는 중요한 요소다. 이들은 서방의 쇠퇴가 이념적으로는 '세계화'와 '정치적 올바름' 등의 지배 이데올로기와 집단적으로는 '엘리트'나 '좌파' 때문이라며 다양한 소수 집단에 대한 혐오를 조장한다.
전 사회를 위협하는 극우 세력
이번 영국 폭동은 이슬람 혐오가 무슬림뿐만 아니라, 무슬림으로 인식될 수 있는 기독교, 무신론자, 불가지론자 아랍인까지도 물리적 위협에 노출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극우는 역사적으로 파시즘과 나치즘으로 대표되는데, 이들의 폭력은 오늘날에도 이어져 다각적으로 민주주의 제도와 여러 사람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극우는 외국인, 난민, 망명 신청자, 무슬림,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 등 사회 소수자를 주 표적으로 삼지만, 역사가 충분히 증명했듯이, 극우는 그들뿐만 아니라 전 사회와 국가를 위협한다.
극우는 이미지 세탁을 통해 자기가 비정상적이거나 주변적이지 않다며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그들의 이념은 여전히 서구 사회에서 가장 악랄한 요소로 반민주적이고 불평등하며 권위주의적이고 배타적인 극우 이념은 법치주의, 권력 분립, 문화·언론·학문의 자유 등 서방의 보편적인 가치를 공격하고 있다. 극우는 인종적·문명적 우월성과 백인 기독교 민족국가가 이민과 '이슬람화'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는 편집증적 환상에 집착한다.
커진 영향력
극우 세력은 지난 30년간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프랑스의 국민전선 등 한때 변두리에 머물렀던 정당들이 이제는 정권을 장악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들의 영향력은 단지 선거 승리로만 측정되지 않는다. 이들의 이념과 집착이 정치적 스펙트럼 전반에 걸쳐,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여러 유럽 국가에서 극우의 주장은 이제 단순한 정상화 단계를 넘어 주류로 자리 잡았다.
극우는 모든 면에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 각종 선거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극우 세력은 모든 곳에서 전진하며 사회 구조와 국민 사고에 점점 더 견고하게 자리 잡는 동시에, 지금까지 극우로부터 자유로웠던 사람들까지 점점 더 많은 인구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제는 사회적, 이념적, 정치적 측면에서 극우 정책이 다른 정치 세력에 의해, 특히 중도나 심지어 좌파 세력에 의해 국가 및 EU 차원에서 실행되고 있다. 프랑스는 극우가 집권하지 않아도 그들의 정책이 실행될 수 있다는 강력한 사례다.
극우 지지층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극우 세력의 지지층은 단일하지 않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극우 지지자가 매우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고, 트럼프나 르펜을 지지하는 이유도 다채롭다. 트럼프는 백인 기독교 미국을 그리워하는 노년층, 총기 권리를 중요시하는 이들, 그리고 성경을 절대시하는 복음주의자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는 달리 프랑스에서는 청년층이 조르당 바르델라의 '쿨'한 이미지에 이끌려 지지를 보내고 있다. 대부분 정치에 관심이 없고, 이민, 경제, 우크라이나 같은 이슈에도 무관심하다. 대신 그들은 바르델라가 자신과 문화적 취향이 비슷하고, 인기 있는 비디오 게임을 언급하며 유권자와 소통하는 모습에 매력을 느낀다.
'보통 사람'이 극우에게 표를 준다
미국이든 유럽이든, 극우에 투표하는 이들은 주로 사회의 '보통 사람'이다.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고 있으며, 자기 생활방식과 보수적 가치가 소멸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지난 몇십 년간 EU의 구축, 신자유주의 경제로의 전환, 세계화 등이 삶에 미친 영향 때문이다.
이들은 소도시나 시골에서 살며 사업체가 문을 닫고, 병원, 은행, 우체국 같은 공공서비스가 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 특히 시골 지역에 거주하며 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이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농업에서도 EU가 부과한 환경 규제와 생산 제한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경제적 불황을 겪으며 신분 하락을 경험 중인 대중이 바로 극우 정당의 핵심 지지층이다. 탈산업화, 아웃소싱, 탈지역화로 산업과 일자리를 잃은 블루칼라 노동자 계층, 저임금 일자리로 생계를 이어가는 영세 근로자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극우 정당은 이런 경제적 고통을 '문화 전쟁'으로 교묘히 전환시켰다. 이민을 막고, 전통적인 가족 가치를 회복하고, 이슬람과 싸우는 것이 생활고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줬다.
프랑스 국민전선의 창시자 장 마리 르펜이 1980년대에 '100만 명의 실업자 = 100만 명의 이민자'라는 효과적인 선거 구호를 만든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 구호는 극우 표심을 자극하는 두 가지 공포, 즉 경제적 불안과 정체성에 대한 두려움을 완벽하게 결합시켰다.
결국, 극우 정당의 성공은 고통받는 대중의 고통과 두려움, 불안을 결집하고, 이들이 겪는 문제의 원인을 이민자나 외국인, 세계화된 정부, '오만한 문화 엘리트'와 같은 대상에게 돌림으로써 끌어낸 결과다. 이들은 범죄에 강경하게 대처하거나 이민을 중단하는 것 같은 단순하고 잘못된 해결책을 제시하며 희망을 제공하고 있다.
극우 세력은 기존 정치 세력들이 이들 대중의 경제적 어려움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