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집값이 국지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2030의 주담대 증가 폭이 단연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20대와 사회생활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30대가 큰 빚을 내 주택구입에 나서고 있는 것인데 서울 등의 아파트 시장이 제대로 된 조정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빚투에 나선 이들의 결정이 해피엔딩으로 끝날지 아니면 새드엔딩을 맞을지 주목된다.
졸지에 주택시장의 큰손이 된 2030
8월 27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4대 시중은행(KB국민·우리·하나·신한)의 주담대 잔액은 449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약 32조9000억원 늘었다. 주담대가 2조8000억원 늘었던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1년도 안 돼 주택대출이 가파르게 불어난 것이다.
놀라운 건 주담대 상승을 견인한 것이 2030세대였다는 사실이다. 청년들(20·30세대)이 4대 시중은행에서 빌린 주담대 잔액은 6월 말 기준 140조8000억원으로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많다. 최근 1년 동안 무려 12조8000억원 폭증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전체 대출 증가 폭(32조9000억원)의 38.9%를 차지한다. 증가 폭을 연령대별로 살펴봐도 2030세대가 압도적으로 1위다. 2030의 뒤를 이어 40대(8조1000억원), 50대(6조8000억원), 60세 이상(5조3000억원)이 늘어섰다. 특기할 것은 전년에는 유일하게 2030세대에서만 주담대가 전년 대비 감소(-3조9000억원)했었다는 사실이다.
2030의 주담대가 폭증했다는 건 이들이 주택 시장의 주포로 등극했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이를 방증하는 통계가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지역 아파트를 구매한 30대는 774명이었으나 6월에는 두배를 넘어 1939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2030의 아파트 구매 비율자는 8617명으로 서울 전체(24775)의 무려 34.8%를 차지한다. 가계가 구매하는 재화 가운데 가장 비싼 재화인 주택을 사회초년생이거나 사회에 진입한 지 오래지 않은 2030이 주포가 되어 매수한다는 사실은 자못 충격적이다.
폭증하는 임의경매와 치솟는 은행권 주담대 연체율
2030이 서울 등 수도권 주택시장의 주포로 자리 잡은 반대편에선 불길하기 이를 데 없는 데이터들이 쌓이는 중이다.
먼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경매시장에 쏟아져나오는 임의경매 물건이 1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부동산(토지·건물·집합건물 등) 임의경매 개시 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총 1만377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9328건)과 비교해 47.6% 늘어난 규모로, 2013년 7월(1만4078건) 이후 약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뒤 원리금을 갚지 못할 때 채권자가 법원 경매에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채무명의가 필요한 강제경매에 비해 경매절차가 간이하다.
임의경매 물건이 홍수처럼 쏟아져나오는 주된 이유는 집값 상승기에 무리하게 빚을 지고 주택을 사들였던 ‘영끌’ 차주들이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2018년 말 458조4285억원이었던 금융권 주담대 잔액은 ▷2019년 487조783억원 ▷2020년 526조4477억원 ▷2021년 560조4494억원 등으로 불과 3년 만에 100조원 이상 늘어난 바 있다.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영끌’과 ‘빚투’의 끝이 경매임을 잘 보여주는 통계라 할 것이다.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경매시장에 나오는 임의경매 매물이 폭증하는 마당에 대출을 해 준 은행권의 연체액이 폭증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주담대 연체액 규모는 1조877억원으로 2년 전인 2021년 상반기 말(5793억원)과 비교해 5347억원(87.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약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부실 규모가 늘어난 셈이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가 이뤄진 2018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윤석열 정부의 탓이지만 뇌동매매의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하는 법
앞서 ‘영끌’과 ‘빚투’에 나선 이들 중 상당수가 어떤 결말을 맞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내일이면 늦으리’, ‘서울 아파트는 오늘이 가장 싸다’를 외치며 ‘영끌’과 ‘빚투’에 나서는 2030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물론 2030이 주택시장의 큰손으로 등극한 데에는 윤석열 정부의 기여가 절대적이다.
윤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세제, 공급, 재건축, 대출 등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집값 띄우기에 올인했다.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윤 정부는 둔촌주공 일병 구하기에 시행사처럼 뛰어들었고, 대출을 푸는 것도 모자라 특례보금자리론과 신생아특례대출 등의 정책금융까지 수십조원을 시장에 쏟아부었다.
윤 정부의 노력은 헛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조정을 받던 서울 아파트 시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2030의 폭주(?)도 윤 정부의 집값 띄우기 성공에 크게 영향을 받았음이 자명하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경제적 선택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것이다. 2030의 무리한 뇌동매매(雷同賣買)가 해피엔딩으로 끝날지, 새드엔딩으로 끝날지는 모른다. 그러나 부쩍 높아진 미국 경기의 침체 가능성, 대출 권하다 감당 못 할 가계 빚 증가세에 놀라 급하게 태세를 전환해 대출금리를 올리고 대출을 바짝 조이는 윤 정부, 이미 하향나선형의 침체 늪에 빠진 한국경제 등을 고려할 때 2030의 대도박이 성공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