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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1년만의 여야대표회담, 한동훈 대표는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여야 대표 회담이 열렸다. 박근혜 정권 때부터 여야 대표 회담이 없었다고 하니 회담 성사만으로도 성과다. 두 대표는 8개항으로 구성된 합의안을 발표했다. 양당이 민생 공통공약을 추진할 협의기구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 정부 들어 여야 대표가 국민을 위해 할 일은 하겠다는 것을 보여준 첫 번째 이벤트다.

한동훈 대표가 이번 회담에 대한 이재명 대표의 끈질긴 제안을 수락한 것은 자체로 의미가 있다. 한 대표는 불과 1년 전에 국회에 와서 이 대표의 죄목을 조목조목 읽어 내려가며 유죄를 강조해온 저돌적인 법무부 수장의 모습에서 탈피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합의는 두루뭉술했고 긴박한 민생문제에 대해선 입장차이가 컸다. 무엇보다 긴급한 정국 현안에 대해서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 대표는 한 대표가 제안한 또 다른 채상병 특검법안의 문제의식도 모두 받겠다는 입장이었지만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 대표 자신이 2개월 전에 한 공식 제안이지만 막상 실행을 앞두고는 다르게 행동했다. 두 대표가 합의하면 국회에서 못할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의료공백 사태에 대한 국회 차원의 대책도 겉만 번지르르한 말이다. 대통령실과 이견이 있음에도 공식의제선정도 막아나선 것은 용산의 품 밖에서 자신만의 정치를 표출할 수 없는 한 대표의 한계를 뚜렷하게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한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문제 삼으며 ‘재판 불복 말라’고 말한 것은 도발에 가까웠다.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 상처를 주려는 모습은 국민을 위해 뭔가 최소한의 합의라도 이끌려는 집권여당 대표의 모습은 아니다. 대화 상대방에 대해 존중과 예의를 갖추지 않는다는 것은 서로의 공통관심사를 극대화해보려는 회담의 본질과 다른 의도를 품고 있다는 뜻이다.

한 대표는 선당후사가 아니라 선민후사하자고 말했다. 당보다 국민이 먼저라는 뜻이다. 하지만 정말 국민만 바라보는 정치를 하려면 원내 다수당인 야당과 협치를 해야 한다. 존중해줘야 하고 최소한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무엇보다 민심과 불화하는 독선과 오만의 상징인 대통령의 품에서 벗어나야한다. 그것이 선민후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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