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교육부가 내년 고교 1학년 학생부터 쓰게 될 한국사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중 한국학력평가원의 교과서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야당에서는 ‘독재 미화 역사교과서 통과는 역사 쿠데타’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전교조도 논평을 통해 ‘친일·독재 옹호’ 교과서 라며 비판했다. 제주도교육청에서는 제주 4·3 관련 부분에서 “반란군”이라는 표현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수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모든 교과서가 중립 기준을 지켰다며 항변하지만, 해당 교과서는 다른 교과서들과 차이가 크다.
박정희 정부 시절 베트남 파병과 새마을운동의 부정적인 측면을 축소하고 ‘경제발전’ 측면만 강조해 서술했다. 이승만 독재정권을 옹호하고 친일 인사를 우호적으로 기술한 것도 확인됐다. 1958년 ‘창랑호’ 납북 사건을 교과서 탐구자료로 제시하고, 1950년대 반공 정책을 옹호하며 정치적 탄압을 정당화했다. 다른 교과서들이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루면서 ‘독재’라고 쓴 것과 달리 ‘집권 연장’이라고 기술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설명은 축소하고, “젊은 여성들을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로 끌고 가 끔찍한 삶을 살게 하였다”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했다. 친일파 시인 서정주나 일제에 협력한 친일 지식인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학생들에게 물으며, 그들의 책임을 희석했다. 이미 다각적 검증을 통해 비판적 평가가 정립된 사안을 교묘히 가렸다.
5.18 민주화운동을 한 문단 정도로 다루고, 2016년 촛불혁명도 언급 대신 연표에 기술한 것이 전부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민간인 국정 개입 의혹’이라고 서술하고, ‘세월호 참사’에서의 국가책임을 언급하지 않았다. 민중이 옳은 방향으로 역사를 바꿔온 기록은 다루지 않고, 국가와 정부의 책임은 감췄다.
교과서 내용뿐 아니라 절차적 문제도 심각하다. ‘한국학력평가원’은 이름과 달리 잘 알려지지 않은 사설 입시교재 출판사로 검정 자격을 갖추는 데 필요한 출판 실적이 미미하다. 다른 교과서는 필진이 9명인데 비해 5명인 점, 직원이 6명에 불과한 점에 대해 출판사의 집필 역량이 충분한가도 의문이다. 집필진 중 한 명이 이주호 장관의 청년보좌역이라는 제기도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역사 왜곡과 역사 연구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해당 교과서는 일제강점기를 올바르게 배워야 하고, 독재를 미화해서는 안 된다는 그간 정립된 원칙을 무너뜨렸다. 청소년 역사교육에 사용하기에 부적절하니 즉시 검정을 취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