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모빌리티 경영 전면에 나선 곽정현, 10개사 임원 겸직

상장사만 6개, 화학·에너지·전자결제 등 사업 연관성 희미…모두 상근직, 정상 경영 의문

KG모빌리티는 지난달 20일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본사 디자인센터에서 ‘트랜스포메이션 데이’를 열고,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주요 전략을 공유했다. 왼쪽부터 곽재선 회장과 곽정현 사장. ⓒKG모빌리티

KG그룹 2세 곽정현(42) 사장이 그룹 내 10개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고 있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업 영역이 제각각인 계열사를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곽 사장은 10개 계열사에서 지난 10여년 간 100억원에 달하는 보수를 수령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곽 사장은 지난 1월 1일 KG모빌리티 미등기 이사로 선임됐다. 사장과 사업전략실장을 겸한다.

그는 현재 최소 10개 회사에서 동시에 임원을 지내고 있다. 자동차, 화학, 철강, 바이오에너지, 전자결제, 컨설팅 등 성격이 전혀 다른 계열사에서 등기 임원을 겸직한다. 상장사만 6개이고, 모두 상근직이다.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10개 회사 겸직은 곽 사장이 31세에 경영을 시작한 지 12년 만의 일이다. 곽 사장은 2013년 결제대행사(PG사) KG이니시스와 KG모빌리언스의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그룹 확장 초기 금융 관련 계열사에서 경영을 시작한 셈이다. 곽 사장은 현재까지 이사를 맡으며, 공식적으로는 경영전략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3년 뒤인 2016년에는 KG케미칼(전 경기화학) 상무이사에 올랐다. 경기화학은 그룹 모태가 되는 회사로, 주요 사업은 비료 제조다. 곽 사장은 금융 관련 계열사 사장과 함께 화학 회사 경영전략을 책임지는 위치에 오른 것이다.

이듬해 곽 사장은 에너지 회사 경영진에도 이름을 올렸다. 바이오중유 사업을 영위하는 KG에코솔루션 이사를 겸직한다. 바이오중유는 캐슈넛오일 등 동·식물성유지로 만든 친환경 연료로, 곽 사장이 겸직하고 있는 금융(결재)과 화학(비료) 회사와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2019년엔 KG스틸(전 동부제철)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취임했다. KG스틸은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쓰는 냉연강판을 주로 만든다. 당진·인천·음성에 공장을 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 기준 금속·철강 업계 5위를 기록했다.

이 외에 상용차를 생산하는 KG모빌리티커머셜, 자산운용 컨설팅을 하는 KG제로인, 철골 공사 분야의 KG E&C, 경영 컨설팅 사업을 하는 KG디지털에셋홀딩스 등 4개의 비상장사에서도 이사를 맡고 있다.

KG그룹 총수일가의 겸임 숫자는 다른 재벌에 비해서도 많은 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분석 결과, KG그룹은 지난해 기준 총수일가 평균 이사 겸직 수가 7개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위와 3위는 각각 4.8개, 4.3개로 큰 격차를 보였다. 곽재선·정현 부자와 장녀인 곽혜은 그룹 부사장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23개로, 총 31개 계열사의 74.2%에 달했다.

곽 사장의 과도한 겸직은 자본시장에서도 꾸준히 문제 제기가 있었다. 국민연금은 올해 KG스틸 정기 주주총회에서 곽 사장 재선임 안건에 대해 ‘과도한 겸임’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당시 국민연금은 KG스틸 지분 5.9% 보유하고 있었다. 계열사 지분이 우세한 상황에서 곽 사장은 재선임됐고, 국민연금은 지분을 처분했다.

의결권 자문사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지난 2021년 KG모빌리언스의 곽 사장 재선임 안건에 대해 주주들에게 반대를 권고했다. 연구소는 사내이사 후보자의 겸직이 5개를 초과하는 경우,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간주해 반대를 권고한다. 당시는 KG그룹이 쌍용차와 에디슨모터스를 인수하기 전으로, 곽 사장은 8개 회사에서 이사를 겸직하고 있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경제개혁연구소 부소장)는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며 “6개 상장사 겸직은 어떤 기준을 들더라도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보면 겸직이 허용되는 건 완벽한 지주사와 핵심 자회사 정도”라며 “사모펀드도 회사를 인수하면 전문경영인에게 맡긴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KG그룹 본사(자료사진). ⓒ민중의소리


상장사 보수로만 100억원 챙겨…“지대추구 전형” 지적

곽정현 사장이 5개 상장사에서 등기 임원을 지내면서 수령한 돈은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곽 사장 재직 기간 각 계열사의 연도별 이사 1인당 평균 보수액을 기준으로 추산한 값이다.

가장 오래 재직한 KG모빌리언스와 KG이니시스에서 각각 26억원가량을 받았다. KG에코솔루션에서는 약 22억원을 받았다. 특히 2022년에는 처음으로 연봉이 5억원을 넘었다. KG에코솔루션에서 7억 5천만원을 받았는데, 상여금만 5억 7,600만원이었다. 나머지 1억 7,300만원은 급여 명목이었다. KG케미칼에서는 20억원, KG스틸에서는 11억원을 받았다.

공시에 잡히지 않는 비상장사 보수까지 포함하면 금액은 더 불어난다.

곽 사장 겸직 회사는 그룹이 성장할수록 늘었다. 아버지인 곽재선 회장은 부실기업을 인수·합병(M&A)해 회생시키면서 KG그룹을 재벌 반열에 올려놨다. 곽 회장이 기업을 사들이면 부자가 나란히 또는 둘 중 하나가 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KG그룹이 처음 대기업집단에 들어간 건 2020년이다. 동부제철 인수를 계기로 자산 총액 5조원을 넘었다. 이듬해 자산 총액 기준에 미달해 제외됐다가, 1년 만에 복귀했다. 같은 해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다시 한번 몸집을 키웠다. KG그룹은 빠르게 세를 키웠다. 2020년 20개였던 계열사는 올해 들어 34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자산 총액은 5조 3천억원에서 9조 1,600억원으로 불어, 재계 순위가 7계단 뛴 56위를 기록했다.

이창민 교수는 “다각화 재벌에서 관련도 없는 상장사 6개의 이사를 겸직하는 건 재벌 총수일가가 회삿돈을 과도하게 연봉으로 가져가는 렌트 시킹(Rent Seeking, 지대추구)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KG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비상장 가족회사를 통해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해 불투명성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지배구조를 보면 ‘총수일가-KG제로인-KG케미칼-KG에코솔루션-여타 계열사’로 이어진다. 공식적인 그룹 지주사는 KG에코솔루션으로 등록돼 있다. KG스틸과 KG모빌리티, 이데일리를 거느리고 있다. 다만, KG에코솔루션은 금융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않아, 그 지위는 중간지주사로 한정된다.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으로 보면 KG케미칼이 지주사 격이다. KG에코솔루션의 최대주주로서, 철강·자동차·미디어 계열사를 손자회사로 두고 있다. 금융 계열사도 지배하고 있다. KG모빌리언스 최대주주는 KG이니시스이고, KG이니시스 최대주주는 KG케미칼이다.

KG케미칼 위엔 비상장사인 KG제로인이 있다. KG제로인이 ‘옥상옥’으로 그룹 정점에 선 구조다. KG제로인에 대한 총수일가 지분을 모두 더하면 95.2%로, 사실상 가족회사다.

곽 사장은 2017년 KG제로인 지분 34.8%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곽 회장(15.4%)보다 지분율이 높다. 비슷한 시기 KG제로인은 KG케미칼 지분과 신주인수권을 가진 다른 계열사와 합병을 통해 KG케미칼 지분율을 확대했다. 향후 곽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곽 사장에게 넘기기 위한 추가적인 승계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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