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과거 인권위로부터 '주의' 촉구를 받아 온 성소수자 혐오 발언들에 대해 문제점을 판단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였다. 앞서 안 후보자가 비슷한 수준의 성소수자 차별성 발언을 공연히 해온 탓이다.
안 후보자는 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진행한 인사청문회에서 '나는 동성애를 싫어한다', '성소수자를 거부할 권리', '종교를 이유로 한 채용 및 승진 불허' 등이 인권위 권고 대상에 해당하냐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질문을 받고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
추 의원이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모두 다 인권위에서 차별로 보고, 시정을 권고한 사안들"이라고 했지만 안 후보자는 침묵했다.
이어 추 의원은 "'차별금지법은 하나님께서 남성과 여성을 창조했다는 성경적 세계관 및 창조 질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동성 가족 등에서 성장하는 어린이들은 정신적 치료가 필요하다',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 항문암, A형 간염 같은 질병의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말은 인권위 권고 대상일까"라고 물었지만 안 후보자는 명확히 답하지 못했다. "동성애는 죄악"이라는 발언의 적절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추 의원은 "위의 예시는 안 후보자가 한 발언"이라며 "심각한 발언에 대해서도 변명을 먼저 한다면 후보자는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이 없다"고 일갈했다.
추 의원은 "뻔한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을 우물쭈물 망설이는 걸 보면 후보자는 종교적 신념을 아직 거두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권위원장은 후보자가 욕심내고 탐할 자리가 아니"라며 "반성하고, 스스로의 차별적 시각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인권위원장으로서 미리 사퇴하는 게 맞다"고 촉구했다.
안 후보자는 교육과정에서 "창조론과 양자론을 같이 가르치면 좋겠다"는 입장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민주당 김성회 의원이 "안 후보자는 과거 강연에서 진화론은 하나의 가설에 불과해 배울 필요가 없다 했고, 교육과정에서 진화론을 가르칠 거면 창조론도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창조론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자 안 후보자는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말"이라고 했다.
김 의원이 "그걸 과학적으로 어떻게 교과서에서 가르치나"라고 지적하자, 안 후보자는 "진화론에 대한 과학적 증명이 없다"고 오히려 날을 세웠다. 안 후보자는 "개인적으로는 창조론도 그렇고 진화론도 그렇고, 과학적인 증거보다는 단순한 믿음의 문제"라며 "개인적으로는 양자에 대해서 같이 가르쳤으면 좋겠지만, 제가 학교에서 어떻게 해야 한다고 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 인권위원장이 되더라도 그건 제 영역의 밖"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자는 '인권위 운영이 법과 규정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으로 운영돼야 하나'라는 추 의원의 질의에도 "반드시 그건 아니다"라며 여지를 남기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안 후보자의 성인지 감수성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지난 6월 출간된 (후보자의) 책을 보면 '신체 노출과 그에 따른 성 충동으로 인해 성범죄가 급증할 수 있다'고 나오는데, 이런 인식에 동의하나"라고 묻자 안 후보자는 "외국에서 그런 부분에 대해 보도가 있으니 이런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노 의원이 "이런 인식이 성범죄를 두둔한다는 지적을 받는다는 사실을 모르나"라고 꼬집었지만, 안 후보자는 "왜 이게 성범죄를 두둔하는 거냐"며 되물었다.
헌법재판관 퇴임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유명골프장과 리조트를 운영하는 회장 아들의 미성년 성매매, 불법 촬영 혐의 사건을 변호한 이력에 관해서는 "사건을 변론한 사람들은 인권위원장 하지 말라는 건가"라며 문제없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노 의원은 "대상자가 준재벌이라고 할 수 있는 집안의 아들, 돈 많은 재력가의 자제고, 성매매를 하면서 불법적으로 촬영한 160건의 동영상이 발견됐다. 미성년자 성매매 건도 확인이 됐다"며 "이런 사안을 변론했다면, 공직에 나오는 건 좀 더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성범죄 사건을 변호했던 변호사의 이력이면, 인권위원장 자리에 지명이 됐어도 거부해야 마땅하지 않나"라고 노 의원이 묻자, 안 후보자는 "피고인은 자기 자신의 방어권이 있다"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