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저열한 인식수준 드러낸 안창호 인권위원장 후보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로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안창호 후보자가 그야말로 황당한 인식수준을 드러냈다. 안 후보자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씀을 저서에서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가'라는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질문에 "그런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김성회 의원이 재차 질문하자 "네오 마르크시스트 중에는 동성애가 사회주의·공산주의 혁명의 핵심적 수단이라는 주장이 있다"며 "여러 가지 상황을 비춰 볼 때 가능성이 제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안 후보자의 이런 주장은 차별금지법에 찬성하지 않는 사람이 들어도 황당한 이야기일 것이다. 안 후보자가 종교적 신념이나 혹은 다른 사람들이 알기 어려운 개인적 소신을 앞세워 이런 주장을 펼친다면 백보를 양보해 들어넘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난데없이 '공산 혁명', '네오 마르크스주의'를 내세우는 건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사상의 자유가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수 있다든가, 노동조합이 사회주의·공산주의 혁명의 핵심적 수단이라고 말하는 게 나을 것이다.

안 후보자의 어이없는 인식은 다른 대목에서도 나왔다. 안 후보자는 "진화론에 대한 과학적 증명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창조론도 진화론도 과학적인 문제이기보다 믿음의 문제이고 양자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같이 가르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자에겐 태양이 지구를 도는지 아니면 지구가 태양을 도는지도 '믿음의 문제'인 듯하다.

인권위원장이라고 해서 모든 문제에서 사회 일반의 상식을 따라야 하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건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다. 무엇보다 인권위가 20년 넘게 추진해 온 차별금지법에 대해 밑도끝도 없는 논리를 내세워 반대하는 인권위원장은 용납하기 어렵다. 안 후보자는 "동성애는 자유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선 안 된다"고 했는데, 다양한 성적 정체성이 '다른 사람'에게 무슨 피해를 줬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안 후보자는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다수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소수자를 혐오할 자유'는 소중하고 그에 대해 비판할 권리는 허용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포함해 국민의힘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 마뜩하지 않게 생각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 저열한 인식을 가진 후보자를 위원장 후보로 추천하진 않았다. 어디서 이런 사람들만 골라서 인사를 하는지 국민은 부끄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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