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5원 합리적" 대파 '악몽' 의식했나...윤 대통령, 이번엔 언론 비공개로 마트 방문

대통령실, 윤 대통령 발언 일부 인용해 사후 보도자료 배포..."고객 불편함 고려 최소 수행" 설명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도봉구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을 방문해 추석 명절 장바구니 물가를 점검하며 굴비를 살펴보고 있다. 2024.09.03.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를 살피겠다며 3일 하나로마트를 찾았다. 윤 대통령이 하나로마트를 찾은 건 지난 3월에 이어 약 6개월 만이다. 앞서 4·10 총선을 뒤흔든 '대파 한 단 875원' 발언 논란을 의식한 듯 이번에는 언론에 비공개로 현장을 방문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도봉구에 있는 농협하나로마트 창동점을 찾았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시민들과 만나고, 물가를 점검하는 차원이었다.

윤 대통령은 1층 과일 판매대에 들러 사과와 배의 가격을 확인한 뒤, 장을 보고 있던 시민에게 "아직 사과와 배 가격이 높은데 명절에 정부 보유 비축 물량을 많이 풀어서 가격을 좀 내리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채소 판매대에서 김주양 농협경제지주 산지 도매 본부장으로부터 배추·마늘 등 농작물의 작황과 가격 동향에 대해 설명을 듣고, 배석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지금부터 김장철 전까지 배추 공급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비축·출하조절 등을 통해 배추·무, 사과·배 등 주요 농산물 공급을 확대하는 내용의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나주 전통 배 1박스, 철원 오대 쌀 한 포대, 토종닭 팩, 송편, 인절미, 김 등을 구매했고, 이후 참모진과의 오찬에서 마트에서 구매한 송편과 인절미를 후식으로 나눠 먹었다고 정 대변인은 전했다.

이번 윤 대통령의 하나로마트 방문은 일정이 모두 종료된 뒤 당일 오후 대통령실 서면 브리핑을 통해 언론에 전달됐다. 대통령실 차원에서 정리한 현장 묘사와 설명, 윤 대통령의 발언이 소개됐다.

대통령실은 지난 3월 18일 윤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았을 땐 언론에 일정을 사전 공지하고, 공동 취재 기자단의 근접 취재를 허용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정 대변인은 "고객의 불편함을 고려해 최소 수행 인력"으로 일정을 진행했다는 입장이지만, 앞선 하나로마트 양재점 방문과 일정 형식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공개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앞서 양재점 방문 돌발 변수였던 윤 대통령의 '대파 발언' 논란을 의식해 취재를 허용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르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양재점 방문 때 매대에 있던 대파 한 단을 손에 쥐고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해 국민과 동떨어진 물가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양재점의 대파 가격이 저렴하게 책정된 이유는 정부 정책과 하나로마트 자체 할인 등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일부 하나로마트 매장에만 한정해 일시적으로 표기가 가능한 금액이지, 보편적인 시장 물가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후 윤 대통령의 '대파 망언'은 국민적 공분을 샀고, 조롱거리가 돼 여당의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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