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를 살피겠다며 3일 하나로마트를 찾았다. 윤 대통령이 하나로마트를 찾은 건 지난 3월에 이어 약 6개월 만이다. 앞서 4·10 총선을 뒤흔든 '대파 한 단 875원' 발언 논란을 의식한 듯 이번에는 언론에 비공개로 현장을 방문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도봉구에 있는 농협하나로마트 창동점을 찾았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시민들과 만나고, 물가를 점검하는 차원이었다.
윤 대통령은 1층 과일 판매대에 들러 사과와 배의 가격을 확인한 뒤, 장을 보고 있던 시민에게 "아직 사과와 배 가격이 높은데 명절에 정부 보유 비축 물량을 많이 풀어서 가격을 좀 내리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채소 판매대에서 김주양 농협경제지주 산지 도매 본부장으로부터 배추·마늘 등 농작물의 작황과 가격 동향에 대해 설명을 듣고, 배석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지금부터 김장철 전까지 배추 공급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비축·출하조절 등을 통해 배추·무, 사과·배 등 주요 농산물 공급을 확대하는 내용의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나주 전통 배 1박스, 철원 오대 쌀 한 포대, 토종닭 팩, 송편, 인절미, 김 등을 구매했고, 이후 참모진과의 오찬에서 마트에서 구매한 송편과 인절미를 후식으로 나눠 먹었다고 정 대변인은 전했다.
이번 윤 대통령의 하나로마트 방문은 일정이 모두 종료된 뒤 당일 오후 대통령실 서면 브리핑을 통해 언론에 전달됐다. 대통령실 차원에서 정리한 현장 묘사와 설명, 윤 대통령의 발언이 소개됐다.
대통령실은 지난 3월 18일 윤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았을 땐 언론에 일정을 사전 공지하고, 공동 취재 기자단의 근접 취재를 허용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정 대변인은 "고객의 불편함을 고려해 최소 수행 인력"으로 일정을 진행했다는 입장이지만, 앞선 하나로마트 양재점 방문과 일정 형식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공개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앞서 양재점 방문 돌발 변수였던 윤 대통령의 '대파 발언' 논란을 의식해 취재를 허용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르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양재점 방문 때 매대에 있던 대파 한 단을 손에 쥐고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해 국민과 동떨어진 물가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양재점의 대파 가격이 저렴하게 책정된 이유는 정부 정책과 하나로마트 자체 할인 등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일부 하나로마트 매장에만 한정해 일시적으로 표기가 가능한 금액이지, 보편적인 시장 물가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후 윤 대통령의 '대파 망언'은 국민적 공분을 샀고, 조롱거리가 돼 여당의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