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 대거 사직한 올해 3월부터 종합병원에서 생명이 위급한 중증 응급환자조차 치료를 못 받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하자, 119에 “진료 가능한 병원 좀 찾아 달라”는 요청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119신고 건수 등이 기재된 서울종합방재센터의 ‘소방재난일일상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8월 평균 344건(일일상황 게시 없는 8월 23일 제외)이었던 119종합상황실의 ‘병의원 안내’는 올해 8월 587건으로 급증했다. 서울종합방재센터 종합상황실 관계자는 4일 ‘병의원 안내’가 지난해에 비해 급증한 이유가 전공의 미복귀와 관련 있느냐는 질의에 “그렇다”며 “병원 선정이 어렵다 보니, (119에) 전화해서 어느 병원에 가야 하는지 묻는 일이 늘었다”라고 밝혔다.
‘병의원 안내’란 119로 걸려 온 전화 중 당장 목숨이 위태롭지는 않지만 병원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안내하는 일이다. 보통 동네 병의원이 문을 안 여는 주말이나 공휴일, 야간에 이 같은 문의가 증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면 상황실에 대기 중인 구급상황관리사가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안내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K-공감’이 구급상황관리사를 인터뷰하여 낸 자료에 따르면, 최미옥 소방장은 “의사 집단행동 이후 일평균 상담 건수가 약 30% 증가했다”면서 “진료가 취약한 야간, 주말 및 공휴일 시간대 병의원안내 문의가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의정갈등으로 시작된 의료공백이 생명이 위태로운 응급환자뿐만 아니라, 생명이 위태롭진 않더라도 최대한 빨리 벌어진 상처를 꿰매야 하거나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경증 환자의 병원 이용에도 큰 어려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전년도 8월과 올해 8월 첫째 주부터 넷째 주까지 요일별로 비교해 보면, 8월 셋째 주 화요일 하루를 제외하고 올해 8월 모든 날의 ‘병의원 안내’ 건수가 전년도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8월 셋째 주 목요일에는 무려 647건(2023년 8월 셋째 주 목요일 283건, 2024년 8월 셋째 주 목요일 930건)이나 많았다.
이 같은 경향은 전공의들이 병원에서 떠나기 시작한 올해 3월부터 시작됐다.
올해 2월까지 주말에 대체로 300~400건 수준이던 ‘병의원 안내’는 2월 말부터 500건대로 많아지더니, 3월부터는 700건을 넘기 시작해, 800건을 넘는 날도 많아졌다.
의사인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은 “병원 정규 운영시간 외 의료를 위한 시스템을 여러 방식으로 갖추고 있는 해외 사례들에 비추어보면, 한국은 정규시간 외 시스템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달빛어린이병원같이 소아과 진료영역에서 부분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사례가 있지만, 보편적이지 않다”며 “그러다 보니 갑자기 아프면 응급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 (의료대란으로) 응급실마저 기능이 떨어지다 보니 119로 그런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