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아들 장학금 신청 서류에 ‘부모 직업란’ 버젓이

명문대 교수들이 심사위원...‘이해관계인 심사 기피’ 규정도 미비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아들 장학금 신청 당시 지원서 양식. 부모와 기타 가족 이름과 직업 기재란이 있다. ⓒ민중의소리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의 아들 심모 씨가 고등학생 때 받은 과학자 양성 명목의 민간 재단 장학금 신청 서류에 ‘부모 직업란’이 버젓이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장학생 선발 목적과 동떨어진 데다, 지원자의 가족 배경이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공정성 저해 요인에 해당한다. 해당 장학금 수혜자 대부분이 이과생이었는데, 문과생이던 심 씨는 바늘구멍을 뚫고 장학금을 받았다.

5일 ‘민중의소리’ 취재에 따르면 심 씨가 2017년 12월 H장학회에 장학생 신청 서류 접수를 할 때 작성한 지원서 양식에 ‘부모 및 보호자’의 이름과 직장, 직위, 주소 등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었다.

지원 당시 심 후보자는 검찰 핵심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을 갓 마치고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을 지내고 있었다. 심 후보자의 배우자는 의사다.

부모 외에 ‘기타 가족’을 기재하는 항목도 있었다. 여기에도 기타 가족의 이름과 직장을 적도록 했다. 심 씨의 친할아버지는 이름만 대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력 정치인인 심대평 전 충남지사이며, 외할아버지는 중견기업 회장을 지냈다.

해당 항목은 심 씨가 장학생 수혜를 받은 이듬해 기수 장학생 선발 때부터 사라졌다.

H장학회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 만나 “주로 상위권 학교 학생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서류 접수 때 생활기록부, 성적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학생들 수준은 대부분 비슷하다”고 말했다.

서류상 확인되는 지원자들의 객관적인 조건이 비슷하다면, 선발 목적과 무관한 지원자의 가족 배경은 심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전교조 이기백 대변인은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장학생 선발 절차에서 부모 직업까지 적는 경우는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며 “부모 직업이나 이름을 묻는 건 그 부분을 고려해서 장학금을 줄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둔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절차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민간 장학회의 경우 절차의 자율성이 조금 있긴 하지만, 일단 공립 학교에서 장학생을 선발한다고 했을 때 부모 직업이나 이름을 적게 하는 건 위법 사항일 뿐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적절치 않다”고 했다.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2024.8.12. ⓒ뉴스1

장학생 선발 심사를 하는 주체는 서울대, 카이스트, 고려대, 연세대 등 국내 명문대 교수들이다.

‘민중의소리’가 확인한 H장학회 장학생 선발 심사 절차는 이렇다. 카이스트 입학사정관들의 서류 심사를 거쳐 명문대 교수들 20여 명으로 구성된 선발위원회가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본다. 과학 인재 양성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는 기본 면접과 영어 면접, 인성 면접 절차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심사 기준은 온전히 선발위 구성원들의 재량 영역이다. H장학회 관계자는 “사무국은 심사에 관여를 안 한다. 선발위가 구성되면 거기서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면접시 채점 항목 같은 게 있느냐’고 묻자, “그런 건 없다. 사무국에서는 ‘성적 위주로만 너무 보지 말고 인성도 보고, 설립자 뜻처럼 노벨상에 도전할 만한 가능성이 있는지, 그런 걸 보고 뽑아달라’는 정도의 가이드라인만 준다”고 말했다.

선발위원회 교수들이 지원자 또는 지원자의 가족과 관련이 있는 경우에 심사 자격을 제한하는 기피 규정도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H장학회 관계자는 ‘선발위 교수들이 지원자 부모와 연이 있을 수도 있고, 그렇다면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그런 경우에 심사를 회피하도록 하는 규정 같은 게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돈의 팔촌 관계나 이런 걸 우리가 확인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선발위 교수들로부터 (심사 과정에) 이해 충돌이 없도록, 자기 이익을 위한 선발을 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기는 한다”고 했다.

한편, ‘민중의소리’ 전날 보도에 따르면 심 씨는 서울 강남 8학군에 속하는 A고등학교 2학년 진학 직전인 2018년 1월 H장학회가 선발한 5기 장학생 180명 중 한 명이었으며, 수혜자 180명 중 자연계 학생이 158명, 인문계 학생은 22명이었다. 해당 장학금 수혜자 출신 학교는 영재학교와 과학고가 123명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심 씨와 같은 일반고 학생은 39명(21%)에 불과했다. 일반고 수혜자 39명 중 문과생은 심 씨를 포함해 9명 뿐이다. 심 후보자는 국회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사생활 문제”라는 이유로 자녀의 장학금 수혜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해당 장학금은 이른바 ‘노벨 과학상 꿈나무’를 선정해서 주는 것으로, H장학회는 지원 대상을 ‘과학자의 길로 진로를 정한 학생’, ‘장래 노벨과학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학생’ 등으로 특정해놓고 있다. H장학회 역시 B이사장이 ‘한국인 최초 노벨 과학상 수상자 배출’을 목적으로 개인 재산 660여억 원을 출연해 설립했다. 민간 장학재단 중 국내 2위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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