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가 1980~1990년대 대중화되면서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뇌암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당시 휴대전화는 주로 머리 가까이에 대고 사용하는 기기였고, 전파를 방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자파가 뇌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추측이 퍼졌다. 특히 1990년대 말부터 휴대전화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뇌암과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기 시작했다. 당시 일부 연구는 휴대전화 전파가 뇌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며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했다. 매체들도 이를 크게 다루면서 공포감이 확산됐고, 휴대전화 사용이 안전한지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다. 하지만 이후 수십 년간의 연구 결과, 휴대전화 전파와 뇌암 사이의 명확한 연관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더컨버세이션 기사를 소개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의뢰한 체계적인 검토 결과, 휴대전화 사용이 뇌암과 연관되지 않았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3일 국제 학술지 '인바이런먼트 인터내셔널'에 실렸다.
휴대전화는 사용 중 주로 머리에 가까이 대고, 비전리 방사선의 일종인 전파를 방출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휴대전화가 뇌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휴대전화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걱정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휴대전화와 무선 기술은 이제 우리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기에 이런 기기에서 나오는 전파가 안전한지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수년 간의 연구 결과는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휴대전화 전파와 뇌암, 또는 다른 건강 문제들 사이에는 어떤 관련성도 없다는 것이다.
방사선과 암의 가능성
과학적 합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가끔씩 위험성을 제기하는 연구도 있었다. 2011년, 국제암연구소(IARC)는 전파 노출을 '인간에게 잠재적인 발암 물질'로 분류했다. 이 분류가 많이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그로 인해 우려가 커진 측면도 있었다.
IARC는 WHO 산하 기관으로, 이 분류는 주로 인간을 대상으로 한 관찰 연구에서 나온 제한적인 증거에 기초했다. 이런 역학적 연구는 특정 인구에서 질병 발생률과 그 원인을 살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인간의 장기적인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에는 역학적 연구가 가장 적합하지만 그 결과가 때때로 편향될 가능성도 있다.
IARC의 분류는 뇌암 환자들이 휴대전화를 실제보다 더 많이 사용했다고 보고한 관찰 연구들에 의존했다. 대표적인 예가 인터폰 연구다.
이번 검토는 IARC가 2011년에 분석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최신 연구가 포함돼 이제 우리는 휴대전화나 무선 기술에서 나오는 전파가 뇌암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에 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연관성 없다
이번 연구는 WHO가 의뢰한 일련의 체계적 검토 중 하나로, 전파 노출이 건강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더 깊이 분석한 것이다. 이번 검토는 무선 기술에서 나오는 전파가 인간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해당 주제에 관한 가장 포괄적인 검토로 1994년부터 2022년 사이에 발표된 5,000여 개의 연구 중 63개를 최종 분석에 포함했다. 제외된 연구들은 대부분 관련성이 없었기 때문에 배제 됐고, 이는 체계적 검토 과정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휴대전화 사용과 뇌암 또는 다른 두경부암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도 발견되지 않았다. 10년 이상 장기간 휴대전화를 사용한 경우에도 암과 연관성은 없었으며, 통화 횟수나 사용 시간 역시 차이를 만들지 않았다.
이번 결과는 과거 연구와도 일치한다. 무선 기술의 사용이 급격히 늘어난 지난 수십 년 동안, 뇌암 발생률은 증가하지 않았다.
긍정적인 신호
이번 결과는 전반적으로 매우 고무적이다. 이는 우리의 국내 기준과 국제 기준이 충분히 안전하다는 의미다. 휴대전화는 이러한 안전 기준 이하의 낮은 수준의 전파를 방출하며, 현재까지 이러한 노출이 인간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전파가 새로운 방식으로, 다양한 주파수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계속해서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해 과학적 검토는 앞으로도 필요하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새로운 연구 결과를 통해 휴대전화와 뇌암에 관한 오해와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것이다. 지금까지 휴대전화 노출이 건강에 미치는 확실한 영향은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고, 이는 좋은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