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통 돌리면 운이 좋은 거고, 많이 돌리면 열 군데에서 심할 때는 스무 군데 넘게 전화를 합니다.”
12년차 소방대원인 김수룡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대변인이 6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응급실 뺑뺑이’ 실상을 전하며 한 말이다. 김 대변인은 과거 4년간 아주대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는데, 소방관 입직 뒤에는 8년간 구급대원 생활을 한 뒤 현재 119 상황실에서 근무 중이다.
김 대변인은 “현장에 있는 구급대원도 전화를 돌리고, 동시에 구급상황관리센터라고 상황실이 있는데 그분들도 동시에 반경을 넓혀가면서 전화를 한다. 처음에는 근거리에 있는 병원에 전화를 하다가, 10km, 20km 반경 넘어서, 어떤 때는 도 단위를 넘어가기도 한다”며 “한두명이 전화하게 되면 그 많은 곳에 전화할 때 시간이 다 흘러가 버리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하려면 여러 사람이 달라 붙어서 전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대원 입장에선 ‘전화 뺑뺑이’다. 119 신고를 받은 구급대원들이 아무리 빨리 현장에 도착하더라도, 환자를 받아줄 수 있는 응급실을 찾지 못해 길에서 ‘전화 뺑뺑이’를 하는 실정이다.
최근 열경련이 발생한 2살 여자아이도 1시간여 동안 전화를 돌린 끝에 12번째로 연락한 응급실로 이송될 수 있었지만, 심각한 뇌 손상을 입고 한 달째 의식불명에 빠진 상태다. 지난 2일에는 부산 공사장에서 추락한 70대 노동자가 1시간 넘게 응급실을 찾았지만, 수술할 의사를 찾던 중 결국 사망했다. 충북 청주에서는 교통사고를 당한 70대가 응급실 이송을 연달아 거부 당해, 강원 원주에 있는 병원에 겨우 입원한 일도 있었다. 김 대변인은 “아마 언론에 나오는 건 일부분이고,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골든타임이라는 게 있는데 저희가 아무리 현장에 빨리 간다고 해도, 전화를 돌려서 병원이 잡히지 않으면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그러다 보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며 “구급대원들은 자기 눈앞에서 골든타임이 넘어가는 걸 직접 눈으로 봐야 하고, 전화를 돌려도 받아주는 곳은 없다. 심리적으로 굉장히 힘들다”라고 답답한 현실을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응급환자를 받아줄 수 있는 응급실을 찾기 위해 길 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면, 또 다른 응급환자를 구조하는 데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김 대변인은 “(응급환자를 이송하지 못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건, 그만큼 관할하는 지역에 구급차가 비어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는 동안에 또 다른 급한 일이 생겼을 때는 멀리 있는 곳에서 와야 하기 때문에 출동하는 거리가 길어지는 문제가 있다”며 “전화 돌리는 데만 짧게는 5분~10분, 많게는 30~40분에서 1시간씩 쓰니까 그 관할은 비어있는 것이라서 사실 되게 위험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그는 인력 부족으로 이미 한계에 다다른 응급실 상황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공의들의 이탈이 6개월 넘게 지속되면서 현장에서 버티던 전문의들의 사직도 잇따르는 실정이다. 최소한의 인력으로 응급실 운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번아웃을 호소하는 의료진들도 늘어나고, 환자를 수용할 여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김 대변인은 “저희도 너무 답답해서 병원 관계자에게 물었다. 의사들이 점점 자리를 비우고, 그 빈자리를 또 다른 사람이 메꾸다 보니 이 사람들도 너무 힘들고, 정작 치료를 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의사가 없다 보니까 환자를 애초에 못 받는다고 하더라”라며 “저도 조심스러운 게, 사실 병원에서 근무하고 계신 분들이 환자를 안 받는 것이지만 이분들은 병원을 떠나지 않고 지키고 계신 분들이다. 저희 대원들도 마찬가지지만, 일반 시민들도 지금 근무하고 계시는 분들을 욕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