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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한동훈은 비전이 없어서 망할 것이다

두 달 전쯤인가?한동훈은 싸가지가 없어서 망할 것이다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찾아보니 그 칼럼에서 내가 이렇게 적었더라.

아무튼 나는 예언 같은 거 잘 할 능력도 없고 내 예언이 맞을 것이라 자신하지도 않는 편이다. 미래를 내다볼 능력이 없는 한, 예언이란 결국 확률의 싸움이다. 그래서 모처럼 미래에 관해 한 마디 해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동훈이 저 싸가지를 가지고 정치인으로 성공할 확률은 너무 낮다. 한동훈은 언젠가 저 싸가지 때문에 크게 망할 것이다.

지금도 비슷한 심정이다. 나는 예언 같은 거 잘 할 줄 모른다. 그 두 달 사이에 이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을 리도 없다. 그런데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생각해봐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차기 대통령이 될 것 같지 않다.

싸가지가 없어서? 뭐, 그것도 그렇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나는 한동훈이 만들려는 세상이 뭔지 당최 모르겠다. 그리고 난 이렇게 비전이 없는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를 딱 한 번밖에 보지 못했다.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석열이 남긴 역사의 족적(?)

윤석열이 저지른 수많은 악행들을 나열하자면 밤을 새도 모자란다. 하지만 그 중 딱 하나만을 꼽으라면 나는 윤석열이 우리나라에서 ‘저런 사람도 대통령이 될 수 있구나’라는 극히 예외적인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어떤 세상을 만들겠다는 건지 비전이 보이지 않는데, 단지 더불어민주당의 연속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안티테제로서의 힘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게 왜 나쁜 선례냐면, 윤석열이 이걸 가능케 함으로써 그야말로 개나 소나 대통령 꿈을 꾸게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이 개나 소나 중 하나가 바로 한동훈이라고 생각한다.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뤄진 1992년 이후 대통령에 당선된 면면을 보라.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이다. 이들 중에는 내가 극도로 혐오하는 사람도 있고, 매우 존경하는 분도 있다. 그런데 그런 호오(好惡)를 떠나 이들 중 그 누구도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이런 세상이 오겠구나’라는 이미지 없이 그 자리에 오르지 않았다.

단지 보수가 집권하면 보수적인 세상이 올 것이고, 진보가 집권하면 진보적인 세상이 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그런 것만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면 개나 소나 닭이나 말이나 다 대통령이 됐을 것이다. 그래서 보수고 진보고를 넘어 그 정치인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의 이미지가 필요하다. 그것을 비전이라 부른다.

내가 극도로 혐오하는 이명박의 비전은 신자유주의와 물질 만능주의였다. 박근혜의 비전은 박정희로의 복고와 통제였다. 나는 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세상을 극혐했기에 그들의 비전이 틀렸다고 외쳤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로비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9.06. ⓒ뉴시스

그런데 윤석열에게는 그게 없었다. 뭔 세상을 만들려는지 알 수 없으니 그것과 싸울 필요조차 없었던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반짝하고 사라진다. 지금은 시답잖아 보이지만 김무성이라는 사람은 2014년부터 무려 2년 가까이 차기 대권 지지율 1위를 달렸다. 하지만 그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등장한 반기문, 황교안도 마찬가지다. 이낙연 전 총리? 지금은 정치권에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 신세로 전락했지만 이 사람도 2019년부터 꽤 오랫동안 차기 대권 지지율 1위를 달렸다.

이낙연 쪽 사람들은 그가 2021년 초 이명박 박근혜 사면을 주장하는 큰 실수를 저질러 대권 후보로서 영향력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만, 내가 보기에는 천만의 말씀이다. 그게 아니었어도 그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냥 민주당 사람으로서 성공한 정치인이라는 것 외에 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새로운 세력과 함께 등장한다

그래서 윤석열 이전까지 대통령들은 늘 새로운 세력과 함께 시대를 열었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은 물론이고 이명박, 박근혜처럼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정치인들조차 그랬다. 돼지저금통과 노란 리본으로 전국을 물들이며 화려하게 등장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국 정치의 세대교체를 알리는 거대한 첫걸음이었다.

그래서 윤석열이 대통령이 됐다는 건 정말 역사적 사건이다. 비전이 없으니 자기 세력이 없고, 자기 세력이 없으니 임기 내내 반국가세력 운운하며 극우들에게 러브콜이나 보낸다. 이 황당한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바야흐로 자기의 시대를 여는 비전의 정치인이 아니라 개나 소나 다 꿈 꿀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자리가 됐다.

그렇다면 묻자. 과연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인가? 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비전 없이 등극한 윤석열이 어떤 세상을 만들었는지 지난 3년 동안 모두가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력은 언제나 미래를 바라본다. 그래서 그 미래의 비전을 제공하는 정치인에게 열광한다. 그렇다면 한동훈은 어떤가? 그에게서 어떤 미래의 비전을 볼 수 있나? 단언컨대 없다. 이건 한동훈 본인에게 물어봐도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그가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란다. 도대체 왜? 잘 생겨서?

나는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는 일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백보를 양보해 그가 잘 생겼다고 치자. 그런 이유라면 정우성이 더 적임자다. 영어를 잘 해서? 그런 거라면 개그맨 김영철이고. 달변이어서? 그거라면 김제동이지! 민주당과 더 잘 싸울 것 같아서? 싸움 하면 정찬성 아니냐?

그래서 나는 한동훈이 절대 차기 대통령이 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물론 그렇다고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 운운하며 그가 쉬운 상대라고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어려운 상대이긴 하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내 예언이 맞을지 틀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비전 없이 누군가의 안티테제로 대통령이 되는 황당한 일은 지난 대선 한 번으로 끝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동훈의 시대가 결코 열리지 말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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