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돈 벌려다 빚더미에 앉은 인도네시아 계절노동자

영국 농장에서 딸기를 따는 외국인 노동자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영국 농업은 경제에 약 46만7천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매년 약 7만명의 이주 노동자가 있다. 특히 계절노동자의 99%가 해외에서 유입되며, 브렉시트 이후 이러한 노동력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2019년부터 계절노동자 비자가 도입되었다. 비자 수는 2019년 2천500개에서 2023년 5만5천개로 빠르게 증가했다. 브렉시트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동유럽, 특히 우크라이나에서의 노동력 공급이 차단되면서, 영국 농장은 라틴아메리카, 인도네시아, 네팔 등 더 먼 국가에서 노동자를 모집하게 됐다. 그런데 그런 노동자가 영국 농장에서 착취 당하고 있다는 보고가 계절노동자 제도 초기부터 흘러나왔고, 그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계절노동자의 처지를 다룬 알자지라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Indonesian fruit-pickers say seasonal work in UK left them drowning in debt

수백만 원씩 내고 영국에 과일을 수확하러 간 인도네시아 노동자가 터무니없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해고된 후 빚더미에 앉은 채 귀국할 상황에 부딪혔다. 이들은 영국에 갈 경비로 수천 달러를 지불했다.

이주 노동자 압둘은 지난 5월 계절노동자 제도를 통해 9명의 다른 인도네시아인과 함께 영국으로 떠났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영국 농장에서 6개월 동안 일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하는 제도였다. 압둘은 영국 채용 업체 아그리-HR에 고용돼 런던에서 남서쪽으로 약 215km 떨어진 헤리퍼드의 헤이그로브 농장에 배치됐다. 압둘은 ‘이미 영국에 다녀온 친구가 이 제도를 알려줬다. 과일을 따면 하루에 65달러를 벌 수 있다고 했다’고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가명을 사용해 말했다.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며 한 달에 약 130달러를 벌던 압둘은 영국으로 떠나기 위해 가족과 친구들에게 4,000달러를 빌려 두 인도네시아 중개 기관에 수수료를 지불했다. 채용 업체 ‘PT 마르델 아누게라 인터내셔널’과 노동자 허브 ‘포콤’이었다. 여행 경비도 자비로 충당해야 했다.

압둘은 헤이그로브에서 노동자는 시간당 20kg의 체리와 딸기를 따야 했지만, 과일이 부족해 목표 달성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확할 수 있는 과일은 더 줄었다. 압둘은 ‘우리는 항상 과일이 거의 없는 밭 끝부분에 배치되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나무를 배정받았다. 거기 있는 과일을 모두 따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압둘을 포함한 5명의 인도네시아 노동자는 서면 경고를 세 번 받고 농장에 도착한 지 5~6주 만에 해고됐다. 압둘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다른 노동자는 해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압둘은 해고될 때 헤이그로브 측이 '우리도 원치 않았다'는 말만 하고 해고 통지서와 다음 날 인도네시아로 돌아가는 항공권을 줬다고 했다.

헤이그로브는 알자지라에 보낸 성명에서 인도네시아 노동자를 성과 부족으로 해고했다며 ‘공정한 고용 관행과 모든 노동자의 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24년 6월 24일 5명의 인도네시아 노동자가 지속적인 성과 부족으로 공정한 징계 절차를 거쳐 해고됐다. 그것은 피드백, 교육, 지원 단계를 포함한 체계적인 성과 관리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했다.

영국에서 노동 착취 조사를 담당하는 기관인 GLAA는 조사에 착수했다. GLAA 규정에 따르면 일자리 알선 서비스는 수수료를 받아서는 안 된다. 다만 여행 경비와 의료 검진 비용은 노동자에게 부담 지울 수 있다. GLAA는 ‘현재 영국에서 여러 인도네시아 노동자에 대한 채용 과정을 조사하고 있고 정확한 상황 파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사가 진행 중이므로 더 이상의 언급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헤이그로브는 불법 채용 수수료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제3자로부터 문제를 제기 받은 후 아그리-HR이 GLAA에 보고했다며 ‘우리는 외국인 노동자 채용 과정에서 이런 관행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가지고 있고, GLAA의 조사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노동자가 헤이그로브의 채용 과정, 숙소, 노동 환경에 대해 직접 문제를 제기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압둘과 다른 두 명의 노동자는 해고된 후 영국에 남기로 결정했다. 압둘은 현재 다른 상추 농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11월에 비자가 만료되면 인도네시아로 돌아가야 한다.

PT 마르델은 영국의 계절노동자 제도를 이용하려는 노동자가 인도네시아 노동부의 규정에 따라 비자, 의료 검진, 왕복 항공권, 보험 등의 비용을 충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PT 마르델 대변인은 필요한 비용이 최대 3,300만 루피아(약 2,123달러)라며 ‘우리가 알선한 노동자 모두 영국에서 좋은 급여를 받으며 기쁘게 일하고 있다. 농장들도 노동자 복지에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쓴다’고 주장했다. PT 마르델은 또한 자기 회사와 포콤은 아무 연관이 없다고 했다. (포콤은 계속된 알자지라의 요청에도 답변을 거부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영국으로 가기 위해 대기 중인 다른 노동자들도 알자지라에 자기가 빚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자바에서 온 계절노동자 지원자 알리는 포콤이 작년 8월에 출국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영국으로 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는 ‘영국에 가면 딸기를 따서 하루에 65달러씩 벌 수 있다고 했다. 모든 서류를 정리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 이곳 인도네시아에서의 일을 중단해야 했지만 결국 떠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알리는 가족에게 약 1,300달러를 빚졌다며 ‘나는 돈을 다 써버렸다. 그전에는 중고품을 사서 길가에 내다 팔곤 했다. 25년 동안 그렇게 해 가족을 먹여 살렸다. 모든 돈이 사라져 아내와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다. 아이들의 학비와 용돈을 댈 수 없다. 지금은 돈이 없어서 아내와 늘 싸우고 있다’고 했다.

런던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관은 알자지라에 보낸 답변에서 과일을 따는 인도네시아 농업노동자가 영국에서 착취당하고 있다는 보도를 알고 있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우리는 양국의 규정과 관련 법률에 따라 인도네시아 계절노동자를 영국에 파견하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했다.

대사관은 2024년 7월 22일 현재 136명의 계절노동자가 영국의 7개 사업장에 배치돼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계절노동자의 배치가 인도네시아 노동부의 권고와 영국 관계 당국의 검증 및 협의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채용 과정에서 불법 수수료가 부과됐다는 주장에 대해 ‘인도네시아 및 영국 당국의 조사 및 법 집행을 지지하며, 여기에는 GLAA 조사도 포함된다’고 했다.

노동운동 활동가 앤디 홀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 기업이 이주 노동자에게 더욱 의존하게 됐다며 ‘이들은 이제 먼 곳에서 노동자들을 모집하고 있지만, 그들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 한다. 잘못되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노동자는 큰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다’며 ‘시스템도 망가졌고, 관련자도 무책임하다’고 영국을 비난했다.

홀은 영국 슈퍼마켓이 이 문제의 큰 원인이라고 했다. 슈퍼마켓이 가능한 한 저렴한 가격으로 농산물을 구매하려 하기 때문에 농장이 노동자 모집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 한다며 ‘농장들은 채용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싶지 않고, 그러다 보니 채용업체는 노동자들이 직접 비용을 부담하게 한다. 슈퍼마켓들이 이 모든 혼란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들은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할 돈을 가지고 있다. 결국 가격을 최대한 낮추려는 압박이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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