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승객들은 지하철을 움직이는 사람이 2명, 즉 기관사와 차장이라는 사실을 잘 모를 것이다. 과거에는 알았는데 승강장안전문이 만들어지면서 승강장으로 진입하는 열차 기관사의 얼굴을 볼 일이 없어졌으며 승강장을 빠져나가는 전동차의 후미에서 차장이 목을 빼고 승강장을 바라보는 모습 또한 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에도 전동열차에서는 기관사와 차장이 함께 일을 한다. 기관사는 그야말로 운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진다. 정시운행, 신호체계감시, 차량고장 등의 문제발생시 긴급조치 등. 그럼 차장은? 승객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책임진다. 안전한 출입문 개폐를 통해 끼임 사고 방지, 민원(춥다, 덥다, 성희롱, 폭력, 응급환자 등) 발생시 대응, 긴급상황 발생시 방송을 통해 승객불안 관리 등의 업무를 한다. 든든한 느낌이다.
차장을 없애면 벌어질 일
그런데 최근 서울시가 이런 두 사람의 업무를 하나로 통합해 기관사가 차장의 모든 업무를 가져오는 방식의 근무체계 개편안을 내놓았다. 물론 총대는 서울교통공사가 맸다. 우선적으로 2호선을 겨냥했다.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1·3·4호선은 한국철도공사 구간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서울교통공사 자체 정책을 취할 수 없으니 오롯이 서울교통공사 구간인 2호선을 쉽게 본 것 같다. 그런데 서울시 지하철 2호선은 전국에서 가장 혼잡도가 높은 구간이다. 서울 강북과 강남의 주요역을 모두 통과하기 때문이다. 주요역은 두 가지, 사람이 많이 승하차할 뿐만 아니라 환승역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런 조건에서 기관사가 차장 업무까지 도맡게 된다면 시민안전은 완전히 뒷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기관사가 혼자 전방후방의 CCTV를 모두 봐야 하는데 뛰어 타고 내리거나 출퇴근 시간에 밀물처럼 몰려드는 승객이 끼임 없이 탈 수 있도록 출입문을 취급하는 것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곡예가 될 것이다. 출근시간대 2호선 주요역은 개찰구부터 밀린다. 응급환자라도 발생하면 승강장에 꽉 차 있는 승객들 때문에 119구급대가 진입하는 것도 어렵다. 그런데 이걸 기관사 혼자 방송하면서 뛰어다니며 환자 구호를 한다? 이 또한 마술에 가깝다. 이런 와중에 정시발차를 못하는 전동차 앞으로 승객들은 꾸역꾸역 더 몰려든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을 것이다. 이렇게 땀을 뺀 기관사는 안전운행을 잘 할 수 있을까? 2분마다 이 일을 반복해야 한다. 기관사들의 정신건강이 멀쩡할까?
합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시민을 우습게 보는 처사이다. 지하철 노동자 수를 감축하든 늘리든 그것은 노사가 알아서 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시민의 안전과 긴밀하게 관련된 정책을 시민들도 모르게 결정하는 방식은 공공기관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을 잃은 처사이다. 수단이 목적을 거스를 수 없다. 서울교통공사는 왜 존재하는가? 당연히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이동권은 안전과 편리성이라는 두 가지 핵심 목표를 가진다. 이동하다가 끼어서 사망하거나 너무 혼잡해 호흡곤란이 오거나 너무 비싸서 탈 수 없다면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20명도 안 되는 차장 줄여서 얻는 이익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수도권 시민 이용객 1천만 명의 목숨을 담보로 한다? 이리저리 아무리 이해하려 노력해도 단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의 혼잡도 수준에서는 출근시간이나 퇴근시간대에 승강장에서 승객끼임 예방이나 출발가능 상황을 수신호 해 승객안전과 정시발차를 돕는 역무원의 배치가 간절한 상황이다. 일본 동경에서는 혼잡노선의 경우 기관사, 차장, 수많은 역무원이 함께 승강장에서 승객안전을 책임진다. 서울시는 어디를 보고 있는 것일까?